동서장벽이 무너질 때, 동독에 있다가 귀순한 김영성씨는 얼마전 TV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이 올림픽을 치르고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김포에 내렸습니다. 서울시내의 백화점도 가보았고 지하철도 타보고 하였지만 한국이 발전한 원인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머리속에 남아 있는 이 의문이 책방 교보와 종로서적을 돌아보고서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엔 책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왜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는 독일에서도 이렇게 큰 책방은 보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책을 자유스럽게 볼 수 있는 생기가 감도는 서점의 문화공간에서 그가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선생도 서점과 출판을 민족문화 향상과 민력 발휘의 근원으로 중요시해 태극서관을 평양과 서울과 대구에 세우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사도 학교다. 책은 교사다. 책사는 더 무서운 학교요, 책은 더 무서운 교사다』
우리도 서점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 서점을 이해하는 지혜가 생겨나야 한다. 서점은 모든 저술가들의 창조적 결과를 독자에게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을 해주는 공간일 뿐아니라 저술가의 창조력이 심판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훌륭한 저작품이라 해도 서점에 진열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독자에게 저작품이 넘어감으로써 비로소 평가를 받고 빛을 발할 수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서점은 더욱 중요한 장소다. 그뿐인가, 도서관이 빈약한 우리네 실정에서는 대형서점은 책읽기와 커뮤니케이션과 새로운 정보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것도 무료로도 가능하니 말이다. 이같이 서점은 사회적 공기능을 다하고 있는데도 아직껏 정부로부터 지원은 커녕 간섭만 받아 왔다. 책의 해를 맞아 서점을 육성하는 서점금고의 마련만이라도 정부시책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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