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새리더로 등장 가능성/12월 총선 맞춰 재결집 노릴듯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등 최고회의(의회)지도부가 4일 의사당에서 끌려나와 레포르토보감옥에 갇히면서 러시아보수세력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정치 지도자들이 탱크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허탈감에 젖어있다.
특히 옐친대통령이 10·4무력진압이후 공산당을 비롯한 반대세력과 프라우다등 반대파 언론에 재갈을 물리자 지난 91년의 불발 쿠데타 직후와 마찬가지로 숨을 죽이며 지하로 파고들고 있다.
졸지에 지도자를 잃은 보수세력은 외견상 더이상 재기할 수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내 기반의 몰락과 함께 러시아 보수세력의 뿌리가 뽑혔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러시아의 보수세력은 단한번의 무력진압에 와르르 무너질정도로 조직기반이 허약하지 않다. 아직도 러시아전역에 1천4백여만명의 노동자와 10여만명의 전문인력, 그리고 3천여 고급과학자로 이루어진 군산복합체가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1백50여 무기생산콤비나트와 수천개의 산하공장이 사유화정책등 옐친의 급진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들을 조직화시킬 지도자의 부재이다. 루츠코이와 하스불라토프가 떠난 자리를 누가 메워나갈 것인가에 보수세력의 사활이 달려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유혈사태에서 공동책임을 져야할 강경한 친공산주의자는 새로운 지도자가 되지못할 것으로 관측한다. 지금까지 옐친진영과 의회진영의 중간에서 줄타기를 해온 중도세력이 신보수세력의 리더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실제로 중도세력은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것으로 판단된다. 시민동맹이나 신러시아를 위한 기업가그룹(의장 야블린스키전소련부총리)등은 러시아내 최대이익집단인 군수산업체나 지방에 산하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지도자는 한때 정계의 막후실력자로 차기대권후보로 손꼽혔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무력대결로 무너진 정국균형의 한축을 이들 중도세력이 떠맡을 가능성은 더욱 크다. 그중에서도 군산복합체를 대표해온 볼스키시민동맹의장이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야블린스키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당분간 서슬퍼런 옐친의 강압정책에 눌려 고개를 숙이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12월 총선일자가 다가오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진다. 옐친이 선거때까지도 언론통제를 계속할 경우 서방진영이 선거의 공정성여부를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 옐친의 민주화의지까지도 의심을 받게된다. 때문에 옐친은 총선기간에 언로를 개방할 수밖에 없고 신보수세력은 유혈진압책임론을 내세워 광범한 보수계층의 결집을 노릴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선거기간에 흔히 있게 마련인 후보자들간의 TV토론과정을 통해서도 신보수세력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것이다. 가깝게는 신보수세력이 곧 개막될 연방평의회에서 보수적인 지방대표를 통해 총선및 대선동시실시 요구나 유혈진압책임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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