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정서 쏟아져 풍성/“시적긴장 미흡” 지적도 가을 시단은 원로시인부터 신진까지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의 시집을 내놓고 있어 우선 양만으로도 풍부하다.
원로시인 홍윤숙이 원숙한 정서의 시집「사람을 찾습니다」(일선출판사간)를 오랜만에 내놓았고, 신경림도 「성」(창작과비평사간)을 선보인다. 서정주도 민음사에서「칠십대의 떠돌이의 시」란 시집을 준비중이다.
그보다 젊은 시인으로 이승훈의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세계사간), 최승호의 「회저의 밤」(세계사간), 고형열의 「사진리 대설」(창작과비평사간)등의 시집이 눈길을 끈다.
또한 유하의 「세상의 모든 저녁」(민음사간), 이승하의 「폭력과 광기의 나날」(세계사간), 함민복의 「자본주의의 약속」(세계사 간), 박선욱의 「세상의 출구」(눈간), 문부식의 「꽃들」(푸른숲간)이 새로운 감수성에 의한 시집을 선 보이고 있다.
일본인으로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여류시인 사이토 마리코의 한글 시집 「입국」(민음사간)은 이채로운 시집이다.
이밖에 황동규 최승자 박라연 황지우등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곧 출판할 예정이고, 노동자 시인 백무산도 실천문학사에서 시집을 준비중이어서 가을 시단은 어느 해보다도 다채롭고 요란하다.
시 독자가 청소년 층으로 내려가면서 저자의 신분도 알 수 없는, 표지만 예쁘게 만든 시집들이 판을 쳤으나, 이번 가을에는 수준있는 작품들이 대거 서점에 나오게 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민중적 서정과 리듬을 중시하는 신경림 고형열, 사형언도를 받은 극단적인 상황을 시로 승화시킨 문부식, 현대사회의 욕망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유하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볼 수 있다.
평가받고 있는 시인들이 낸 시집들이라 고른 작품수준을 보여 주지만 평론가들은 전반적으로 시적 긴장력이 떨어지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시인의 정신적인 긴장도 해이해져 명확한 조준을 하면서 시를 쓰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80년대와 90년대의 독자와 만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시인 스스로도 인식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모색돼 있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은 『민중문학권과 비민중권이 명확히 구분되던 시기에는 서로가 팽팽한 긴장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대립구도가 없어지면서 오히려 과녁이 사라지는 결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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