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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처절한 유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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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처절한 유혈(사설)

입력
199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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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에 결국 처절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옐친대통령과 의회 보수파세력의 대결은 민주적 타협의 전통을 갖지못한 모스크바에서 「힘의 대결」로 폭발했다. 이 힘의 대결이 냉전이 끝난 오늘의 세계에 어떤 걸림돌로 귀결될것인가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표면상 모스크바의 두 세력은 혼전상태에 있지만, 사태의 주도권은 옐친쪽에 있는것으로 판단된다.

 제르진스키사단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방향을 쥐고있는 군이 옐친대통령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지않고 있다. 국방·내무·보안부의 각료들은 지난달 21일 옐친대통령이 의회해산령을 내놓은 직후 옐친지지를 밝혔다. 또한 「정치불개입」을 다짐하고있는 군 지휘관들도 의회 보수파지지가 몰고올 정치적 위험부담보다는 옐친대통령지지를 택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직은 분명한 움직임이 없지만, 각 지방정부 지도자들도 권력분산의 기득권에 비추어 보수파보다는 옐친을 지지할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옐친은 러시아최초의 민주적 선거절차로 뽑힌 대통령이라는 정치적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또 지난 4월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런 뜻에서 옐친은 의회 보수파가 넘볼 수없는 강자의 입장에 서있다.

 그러나 3일에 이어 4일 모스크바시청과 의사당일대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는 보수파의 저항이 결코 만만치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달 평균 30%나 되는 초인플레와 경제구조해체현상이 몰고온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기강문란등 과도기적현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실망이 그 배경에 깔려있다.

 이와 비슷한 사회적저류는 지난달 폴란드의 총선거에서 구공산당계열의 좌파연합에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개혁을 지향하는 옐친대통령이 주도권을 잃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의 사태에는 아직도 유동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있다. 설혹 옐친대통령의 강수로 국면전환이 이루어진다해도 안정된 개혁체제로 순항할 수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든 개혁파와 보수파의 장군멍군식 악순환은 이번 기회에 청산돼야한다. 또한 옐친대통령이 이러한 악순환을 「선거」로 단절하자는 제의를 한만큼, 그것을 반대하는 보수파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러시아의 보수파가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치적 악순환을 단절하자는 제의에 타협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타협을 위해 옐친대통령은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스케줄에 융통성을 보이는것 같은 양보를 검토할 수있을것이다.

 모스크바의 유혈사태는 세계의 평화와 우리 자신의 평화에 직결돼 있다. 그것이 러시아의 개혁을 되돌려 놓는 비극이 되지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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