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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쓰레기(장명수 칼럼: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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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쓰레기(장명수 칼럼:1589)

입력
199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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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를 지내는 동안 아파트 단지안의 쓰레기 수집장소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그 엄청난 양에 놀라 살펴 보았더니 90% 정도가 과포장으로 인한 쓰레기들이다. 쓰레기장에 버려졌으니 그것들을 「쓰레기」라고 불렀을뿐, 멀쩡한 새물건들도 많다. 갈비나 생선등을 세트로 포장하는데 사용된 등나무 소쿠리·플라스틱 소쿠리·나일론천으로 만든 튼튼한 가방등이 쓰레기더미속에 뒨굴고 있다. 술·과일·식용유·내의·타월·화장품·장난감·케이크등을 포장했던 종이 상자·포장지·대바구니·스티로폴·백화점 쇼핑백등도 수없이 버려져 있다.

 이제 1회용품은 종이컵이나 나무 젓가락 정도가 아니다. 다른 물건을 돋보이게 하기위해서 포장할때 사용되는 소쿠리·상자·가방등이 대부분 1회용품으로 버려지고 있다. 알뜰한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여 모아두지만, 창고 한구석에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쓰레기로 내다 버리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소비시대의 지혜인지도 모른다.

 추석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면서 나는 궁핍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 쓰레기를 바라볼때 어떤 감정을 갖게될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물자부족이 극심한 나라들, 현재 또는 과거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이 엄청난 1회용품들을 보았을때 느끼는것은 풍요에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낭비적 자본주의에 대한 충격일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중산층 아파트 단지의 추석 쓰레기 더미는 물자의 소중함을 망각한 과소비의 극치로 비치지 않을까 두려웠다.

 추석기간중 한 TV방송은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대만·홍콩을 앞지르는 부문에서도 상품 디지인과 포장기술이 뒤떨어져서 고가품화가 부진하다는 내용을 뉴스로 다뤘다. 같은 내용물에 디자인만 바꿔서 값을 두배로 올린 일본의 카메라, 용기를 바꿔서 날개돋친듯 팔리는 남성용 화장품도 소개했다. 그 세련된 디자인들과 우리나라의 쓰레기장에 버려진 무신경한 상품포장들을 비교하니 한숨이 나왔다.

 환경처는 각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추석상품 81종의 포장상태를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에 의뢰하여 검사했는데, 이중 72%가 포장기준을 초과했으며, 특히 선물세트는 93%가 과대포장 이라고 밝힌바 있다. 사용이 금지된 스티로폴·PVC코팅 포장재·알루미늄을 붙인 포장지를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상품 포장은 과대포장, 유해물질에 대한 무신경, 디자인 부재등이 특징이다. 환경처·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각 백화점등은 포장의 수준을 한단계 올리고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서 우수 디자인을 공모하고, 이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환경처는 과대포장이 제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연간 2천여억원의 자원낭비를 가져온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자원절약형의 새 포장술을 권장하면 막대한 양의 쓰레기와 자원낭비를 함께 줄일수 있을것이다.

 투명한 셀로판지, 또는 셀로판지에 한지를 보태어 꽃을 싸듯 물건을 포장하고, 리본으로 묶는등 최소한의 물자로 상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오는 연말연시에는 새롭게 포장된 선물세트들을 만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미리 노력을 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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