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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당한 의사당… 강가 시체즐비/유혈 러 사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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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당한 의사당… 강가 시체즐비/유혈 러 사태 이모저모

입력
199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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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정찰,탱크 12대 사방진격/총상환자 줄이어 병원 북새통/프라우다지 폐간… 시민들 “대안없다” 옐친지지○끔찍한 시체 수십구

 ○…의사당건물에서 2백여 떨어진 모스크바 강기슭에는 정부군에 대항하다 사살된 의회경비대원의 시체 수십구가 즐비하게 놓여 있는등 끔찍한 모습이다.

 ○…러시아정부는 이날 프라우다지등 친공산계 신문들을 폐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옐친 상처뿐인 승리

 ○…보름 가까이 끌어온 러시아 보혁세력간의 막판 대치는 정부군의 유혈 강경진압으로 막을 내리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한 옐친대통령은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최고회의(상설의회)의장등 보수파 지도자들은 장갑차를 앞세운 정부군의 무력진압 작전이 개시된 지 약 4시간만인 4일 상오 11시께 의사당 창밖으로 백기를 흔들어 항복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옐친측에 무릎을 꿇었다.

 ○…옐친대통령은 보수파의 항복 수십분전 특별성명을 통해 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던 「범죄자들」을 제거하기위해 군을 투입하게 됐다면서 국민들에게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양측의 교전과정에서 의사당 앞에 위치한 미대사관에서 근무중이던 해병 1명이 파편에 맞아 부상했다고 대사관대변인이 밝혔다.

 ○…모스크바의 4일 아침은 총성으로 시작됐다.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정부군은 모스크바 강 다리에 설치된 반옐친 세력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사당 건물을 향해 4개 방향에서 진격해 왔다.

 12대의 탱크가 최고회의 건물을 향해 자리를 잡았으며 장갑차와 9대의 트럭에 분승한 병력이 그 뒤로 포진했다.

 정부군이 나타나자 의회 경비대는 의회 건물의 창문과 바리케이드등에서 중기관총을 비롯, AK47 등 각종 무기를 동원해 사격을 가했다.

 의회 건물에는 유탄 발사기를 비롯해 각종 기관단총과 소총등이 있으며 탄약도 엄청난 양이 비축돼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상오 9시 35분께 로켓포를 장착한 전투용 헬리콥터 2대가 의회 건물 상공에 나타나 현장을 정찰했으며 50분께 탱크가 의회에 대포를 발사했다. 포격은 10시가 넘도록 계속 이어지고 의회측의 응사도 계속돼 의회 앞 자유의 광장은 완전히 전쟁터로 변했다.

 의회 건물은 정부군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수백명 수혈·수술

 ○…볼셰비키 혁명 이래 최악인 3일의 유혈 시위로 모스크바 도심 병원들은 병실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총상환자들이 갑자기 몰려드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뤘다고 이타르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스클리포소프스키 의료센터측은 이날 오스탄키노 TV방송국을 점령하기 위한 시위대와 친옐친군의 수시간에 걸친 격렬한 무력충돌로 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하는등 유혈사태가 발생한 모스크바 북동부지역에서 앰뷸런스로 수십명의 부상자들을 수송, 수혈 및 수술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타스통신은 『병원에 실려온 부상자 대부분은 총격이나 차량사고로 부상했으며 일부는 돌이나 쇠파이프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언론 기관을 장악하려는 반옐친 세력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으로 3일 모스크바 시 5개 방송 중 4개 방송의 방송이 중단됐다.

 그나마 유일하게 방송이 가능한 러시아 국영 TV방송도 정상적인 방송시설이 아닌 보조장치를 이용, 임시변통의 뉴스나 영화를 내보내는데 그쳐 일부 모스크바 시민들은 미국의 CNN방송으로 사태를 지켜봐야 했다.

 오스탄키노 방송국과 국영 이타르 타스 통신도 한 때 시위대에 점령돼 방송을 중단했으나 3일 밤 늦게 정부군이 이를 탈환, 방송이 재개됐다.

○한국인학교 휴교조치

 ○…모스크바의 한국대사관은 사태가 예측불허의 유혈 충돌 상황으로 전개됨에 따라 모스크바 한국인학교에 대해 4, 5일 이틀간 휴교조치를 내렸다. 대사관측은 이와함께 모스크바주재 한국교민들이 당분간 시내에 나오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도록 권고했다.

 ○…정부군과 최고회의측간의 유혈충돌을 지켜본 모스크바 시민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로 도시 기능 일부가 마비된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의사당 무력 진압작전은 옐친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사태해결 방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회사 간부는 시내 일부지역과 지하철이 봉쇄된 모습을 본후 직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28세의 한 사무직원도 『무력진압만이 폭력사태를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사태추이를 지켜본 한 시민(30)은 『옐친이 승리한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그밖의 많은 모스크바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옐친대통령에 의해 곧 해산될것이라고 세르게이 오부코프헌법재판소서기가 말했다.

 발레리 조르킨헌법재판소장은 옐친과 최고회의측의 권력투쟁 틈바구니에서 종종 조정역을 맡기도 했으나 최근들어서는 친의회경향을 보여왔다.

○CIS 7개국 지지

○…독립국가연합(CIS)소속 7개국 지도자들은 옐친대통령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유혈사태에 관련, 반민주세력을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 키르기스탄 우즈베크 아르메니아등 6개 공화국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정부는 도발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게 될것으로 전망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정부군과 최고회의측간의 시가전 장면을 보다 가까이 보기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의사당건물주변으로 몰려드는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백명의 시민들은 러시아군이 탱크등을 앞세우고 의사당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총알이 빗발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현장부근 3백까지 접근해 다리위 또는 아파트 사이 공간에서 전투를 지켜봤다. 

○영 카메라기자 사망

○…보혁간의 유혈충돌사태를 취재중이던 영국인 TV카메라기자 로리 펙(36)이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펙기자가 소속된 독일의 ARD TV가 보도했다.

 펙기자는 모스크바에 특파되기 전 구유고에서도 프리랜서로 활약했다.

○모스크바 야간통금

 ○…옐친대통령은 4일밤 11시를 기해 모스크바 전역에 야간 통금령을 발효시켰다.

 옐친대통령은 밤동안 모스크바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질것을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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