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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무력진압엔 성공했지만…/옐친 「유혈사태」 새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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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무력진압엔 성공했지만…/옐친 「유혈사태」 새부담

입력
199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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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에 치명타… 후유증 클듯/자치공화국 반기여부 갈림길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끝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옐친대통령은 4일 현정국위기를 타파하기위해 수십대의 탱크와 장갑차등을 동원,의사당에 진을 치고 있던 보수파에 대한 무력진압작전을 전개했다. 그에게 주어진 3가지 선택,즉 보수파와 협상을 통해 정치일정을 조정하느냐, 보수파의 항복을 기다리느냐,힘으로 보수세력을 끌어내느냐의 갈림길에서 가장 확실하지만 위험한 3번째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의 이번조치는 진압군으로 나선 모스크바인근 군부대가 옐친측에 충성하고 있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성공을 거둘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옐친의 무력동원은 지난달 24일 크렘린에서 열린 노천음악회에서 『3천미터경주에서 이제 1백미터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자신하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특히 지난달 21일 의회해산이후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것임을 거듭 선언해온 그의 언행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옐친은 이러한 모순을 일단 보수파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자리에서나  무력진압을 개시한후 행한 대국민연설에서 『보수파가 선동한 시위대가 먼저무력을 사용, 오스탄키노방송국과 모스크바시청사를 유혈점령하는등 공권력에 대한 중대도발 행위를 자행해 어쩔수 없이 무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전격적인 무력행사의 불가피성을 부각시켜 대국민여론을 무마하기위한 변명에 불과한것으로 보인다.

 이는 옐친이 처한 상황을 되짚어보면 명확해진다. 러시아의 보혁대결은 당초 보수파측이 최고회의내에 고립된채 명분만 주면 항복으로 끝날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는 묘하게 흘러가면서 옐친진영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온 보수지지 시민들이 3일 유혈사태에서 보듯 완전한 세력을 형성, 보혁대결의 중요변수로 등장했다. 또 지방대표들로 구성된 연방평의회가 총선과 대통령선거의 동시선거를 타협안으로 제시하면서 일방적인 옐친측의 승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옐친은 각 지방으로 특사를 파견, 지방정부를 회유하는 한편 시범케이스로 우랄지역의 브리안스크주지사를 해임하는 강경책을 구사하며 지방정부의 지지를 얻어내려 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얻지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방평의회가 5일 회의를 갖기로 최종결정함에 따라 지방대표들이 이번사태에 개입,목소리를 높이기전에 전격적인 진압작전에 돌입한것으로 분석된다.옐친측이 3일의 유혈사태를 유도, 무력진압의 명분을 쌓았다는 소위 옐친의 치밀한 각본론을 일부서방분석가들이 주장하는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현 사태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든 그 후유증은 상당히 지속될것으로 보인다.볼셰비키혁명이후 처음으로 무력이 사용된 이번사태는 옐친측이 아무리 합법적임을 강조하더라도 유혈충돌의 책임을 면키어렵다. 특히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기위해 또다른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옐친대통령은 도덕성과 신뢰도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그러나 옐친진영은 무력진압이후 모든 상황을 기정사실화한 다음 정국을 12·12총선체제로 몰고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의회측은 비록 의사당을 빠져나왔지만 쉽사리 항복을 선언하지는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최고회의의장은 정부군의 무력진압소문이 나돌때마다 의사당에서 쫓겨나면 의회를 지지하는 지방으로 장소를 옮겨 의회활동과 저항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해왔다. 따라서 우랄지방과 시베리아지방의 자치공화국이나 자치주가 의회활동을 할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면 「모스크바내 이중권력구조」가 「모스크바와 지방간의 이중권력구조」로 평행이동하는 결과가 빚어질수도 있다. 현재 각자치공화국과 지방은 이번사태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를 계산하고 있는데 일부가 옐친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다면 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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