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않는 독서열 큰몫… 매출 매년 증가 도쿄근무가 처음인 한국인상사주재원 P씨는 부임한지 얼마되지않아 집부근의 공공도서관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한국소설과 수필집에다 한국의 월간지, 홍보지등이 꽂혀있었다. 주위에 많이 살고있는 한국인을 배려한것이겠지만 국회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이 아닌 마을도서관이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P씨가 그후 몇번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또 하나는 어느 70대 할아버지의 독서열이었다. 이 노인은 갈때마다 일본의 전통문화에 관한 책을 여러권 꺼내놓고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자주 만나 친하게되어 그 이유를 물어보니 책을 쓸 준비를 한다는것이었다. 노인들뿐 아니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샐러리맨들의 독서열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독서율은 책을 만들어 팔고있는 일본출판업계의 장사실적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출판뉴스사가 펴낸 「93년 출판연감」을 보자. 중요한것은 일본의 대다수 기업들이 매출감소와 순이익감소의 늪에 빠져든 91, 92년의 통계다. 우선 서적 총발행부수를 보면 불황직전인 90년이 13억9천3백81만권인데 비해 91년이 14억78만권, 극심한 불황기인 92년이 14억3백58만권이다. 출판업계의 총매출액을 보면 90년 2조1천3백억엔, 91년이 2조2천7백30억엔, 그리고 92년이 2조9천8백46억엔이다.
경영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대다수 업계와는 딴판으로 일본의 출판업계는 불황을 모르고 있는것이다. 기존의 거품경제붕괴에다 엔고불황이 가세한 올해에도 「일출판업계는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이 그대로 입증돼 다른 업계의 부러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머니돈이 넉넉해 놀러다니기 좋은 때보다 불황의 찬바람이 불땐 한권의 책으로 위안을 찾는 현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출판업계들이 「복합불황」 「청빈의 사상」등 불황기에 타이밍을 맞춘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일본국민들이 책읽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배경을 바탕에 깔지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올해를 책의 해로 정하고 최근에는 독서주간까지 설정한 한국에서 올상반기 도서발행부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일본을 따라 잡기 위해선 먼저 책읽는 취미부터 들여야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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