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에 이어 대권을 꿈꾸어온 알렉산드르 루츠코이(46)부통령은 4일 벌어진 유혈사태에서 옐친대통령의 강압작전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일단 대권가도에서는 멀어진것으로 보인다. 반옐친의 선봉장 루츠코이는 1917년 볼셰비키혁명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3일 최고회의(상설의회)의사당의 발코니에 올라서 시위대에게 대규모 항의 시위와 옐친타도를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이날 발표된 대국민호소문에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이 순간 전 러시아국민들은 손에 무기를 들어라』며 반옐친 무장투쟁을 독려했다.
발코니에서 시위대를 선동하는 루츠코이의 모습은 91년 8월 불발 쿠데타 당시 이 의사당앞 탱크위에 올라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던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그때의 옐친은 여세를 몰아 고르바초프를 제치고 러시아 최초의 민선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이번의 루츠코이는 자신의 신변안전조차 보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영웅으로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던 루츠코이는 지난달 22일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회의측으로부터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선출된 바 있다.
그는 91년 6월 러시아 최초의 민선대통령선거때 옐친이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러닝메이트로 발탁해 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또한 그해 8월 불발 쿠데타 당시 옐친지지를 호소하며 반쿠데타대열에 앞장서는등 친옐친노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러시아 민족주의자인 그는 그해 12월 옐친이 주도한 독립국가연합(CIS)창설 비밀협약때부터 반옐친노선으로 돌아섰다. 그는 특히 옐친의 급진개혁정책에 반발, 지난해 3월에는 경제개혁조치와 관련, 『러시아 민족들에 대한 경제적 학살』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루츠코이는 또한 6월 온건개혁주의자들을 결집해 시민동맹을 결성, 옐친의 개혁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그는 올해 4월 옐친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5일 앞두고 만약 옐친이 패배할 경우 자신이 직접 대통령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옐친대통령은 루츠코이가 자신의 개혁정책의 최대방해자로 떠오른 3일 비상사태포고령을 통해 그를 부통령에서 파면시키고 군적도 박탈했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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