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세력 중재노력 진전없어/지반의회의 정치일정반발 무마가 관건러시아정국이 마침내 벼랑끝에 섰다.
3일 전격적으로 취한 옐친러시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는 그동안 옐친과 의회가 벌인 「힘의균형」싸움이 한곳으로 급히 기울음과 동시에 러시아 정국이 새로운 혁명적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일 모스크바중심가인 오무부건물 앞 스몰렌스크광장에서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격렬한 반옐친시위는 경찰과 시위대가 수십명 부상당하는등 긴장상태로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보리스옐방평의회를 소집한다고 발표해 자신의 정국운영 구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루츠코이부통령과 하스불라투프최고회의의징의 의회측은 14일째 최고회의건물에서 버티면서 옐친타도와 의회수사를 고집하고 있다.
러시아정교회의를 비롯,지식인그룹등 중도세력들이 대통령과 의회측에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국면전환에는 별진전이 없는 상태다.
옐친은 오는12일 일본 방문이전에 연방평의회에상 지난달21일 선포한 포고령을 합병화하고 선거법등 행후 정치일정을 확정짓겠다고 했으나 비상사태선포로 사태는 더 급진전될 전망이다.
기득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각 공화국과 지역의회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반옐친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94년 4월이전에 대통령·의회동시선거와 현최고회의권한을 연방평의회에 위임,선거이전까지 정국을 운영할 수 있어야하며 대통령은 포고령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옐친은 이같은 타협안을 거부한채 포고령이행을 거듭 다짐한데이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동시선거안을 수용할 경우 옐친은 현선거법하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으며 의회는 급진개혁파보다는 오히려 중도세력이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옐친은 연방의회 하원격인 「두마」선거를 우선실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한뒤 상원인 「연방평의회」와 함께 신헌법을 채택하고 대통령 선거법 등 개혁입법을 마련한뒤 다시 자방의회선거를 실시 연방평의회를 새로 구성하고 대통령선거에 출마, 정권재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연방평의회 소집이전까지 각 지역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최고회의와 인민대표대회를 실질적으로 해산시켜 반발세력의 구심점을 제거한다는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옐친은 그러나 지난 2일의 극력시위에서 보듯이 공산주의자및 극단민족주의자들의 지원을 받는 의회의 버티기작전에 고전하고 있으며 지역의회 지도자들의 설득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옐친은 군부와 내무 보안부 등 소위 「권부」를 장악한 만큼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이경우 오히려 국민여론이 크게 악화될것을 고려,「평화적해결」을 수차례 천명한바 있다.
현상황에서 어느 한쪽에서 먼저 「총」을 쏜다면 이는 자멸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의회가 끝까지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옐친은 지역과의 타협가능성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우 지역의회지도자들이 주장하는 2∼3월 동시선거안에 동의하는 대신 포고령을 합법화하고 유권자중 과반수가 아닌 투표자중 과반수를 획득하면 대통령에 당선될 수있도록 대통령선거법을 개정하며 연방평의회가 최고회의의 권한을 승계하되 대통령의권한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울것으로 보인다.
이방안에 대해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의 정치고문 게오르기 사흐나자로프는 『옐친은 91년 고르바초프를 쫓아내기위해 소연방을 포기했듯이 이번에는 하스불라토프와 루츠코이를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연방을 희생하려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즉 지역의 힘이 과대하게 팽창돼 연방의 통제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은 옐친에게 정치적 승리는 돌아갈지 모르나 러시아의 장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것이라는 전망과도 일치한다.
옐친의 구상대로 12월의회선거,내년6월 대통령선거가 실시될 경우에도 양대선거를 위해 경제개혁을 희생해야 하는만큼 선거이후 후유증치료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정국위기로 국민은 최대피해자가 될수밖에 없고 승자는 상처뿐인 영광만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