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3백55개 각급기관을 대상으로 20일동안 실시된다. 문민정치시대가 열린뒤 처음 펼쳐지는 국정감사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도 새롭다. 감사를 실시하는 주체인 국회나 감사를 받는 각급 정부기관은 이런 새로운 의미를 깊이 새기고 활동에 들어가야 할것이다. 적어도 국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는 일은 제발 없어야 할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구태가 되살아나서는 안된다. 제일 먼저 당부하고 싶은것은 본질 문제가 아닌 절차시비로 아까운 시간을 허송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빈껍데기 명분이나 사소한 절차문제로 의견이 엇갈려 감사가 중단되거나 공전되던 전례를 되풀이하지말라는것이다. 기간이 20일이라고는 하지만 감사대상기관이 너무 많아 밤을 새우는 강행군을 하더라도 시간에 쫓기게 되어있다. 효율적이고 원만한 운영이 아니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것은 감사가 형식에 흘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다면 하나마나한 감사가 되고 말것이다. 특히 이번 감사는 문민정부가 들어선뒤 처음 실시하는것이기 때문에 따지고 규명해야 할것이 너무나 많다. 지난 시대의 과오와 실정과 의혹들이 샅샅이 밝혀져야 할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한 뒤부터 착수된 사정과 개혁조치로 과거사의 잘못이 드러나고 고쳐진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미흡한 구석이 많이 남아있다. 국회의 국정조사권까지 발동되긴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이번 국정감사가 맡게된 셈이다. 이점을 명심한다면 이번 국정감사는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을것이다.
감사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또 의원들의 개인 인기 위주 활동이 자제되어야한다. 유권자들의 인기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상식이하의 발언이나 저질 쇼를 연출하던 구태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그런식의 언동이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는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인기와 득표에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감사기관과 피감사기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불미스런 막후거래나 흥정의 잡음도 경계해야할 사항의 하나이다. 혹시 금품수수나 향응제공설등의 추태가 재현된다면 정말 큰 일이다. 공직사회의 자정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를 받는 각기관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추궁에 대해 회피하거나 은폐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솔직하게 임하라는것이다. 일시적으로 순간을 모면한다고 해서 사실이 덮어지는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더욱 떳떳하고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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