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혼 깃든 영물… 볏짚은 지붕이엉·새끼줄로 벼를 나락이라 하고 나락껍질 벗긴것이 쌀이다.
나락도 꽃이 있느냐고 자주 물어 온다. 쌀꽃이 있느냐는 우문도 있다. 꽃이 있으니 열매가 있겠지만 나락꽃을 벼꽃 또 도화라 했다.한자를 좋아하는 측은 화화라고도 한다.
볍씨를 키워 모를 논으로 옮겨 모내기를 한다. 한여름 땡볕에서 쑥쑥 자라 볕기운이 한풀 꺾이면 꽃이 핀다.
암술 1개에 수술 6개, 밑씨(배주)가 1개있다. 꽃잎은 없고 꽃술을 싸주는 안껍질과 속껍질, 꽃의 기부에 있는 보통 2개의 잎 영(영)이 있다. 이것이 익으면 벼가 된다. 전분함유량이 많은것이 찹쌀, 적은것을 맵쌀, 도정 방식에 따라 현미 백미가 돼고 도정 하고 남은 껍질을 겨라 한다.
찐쌀이 나오면 어김없이 추석이다. 쫀득쫀득한 감칠맛이 한가위 맛이다.
보통 추석때까지는 벼가 여물지 않는다. 덜 여물었더라도 차례상에 새곡식을 놓고 싶으니 덜여문 벼를 쪄서 말려 찧으면 노르스름한 찐쌀이 된다.
입안 가득 넣고 꾹꾹 십으면 턱이 얼얼해 빠질것 같지만 또 먹고 또 먹고 싶어지는것이 찐쌀이다.
볏짚은 특수한 한국적 문화를 만들어 냈다. 초가지붕 짚신 새끼줄 거적 짚가리 터주가리 아기를 낳으면 치는 금줄에서 죽으면 입는 굴건제복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은 볏짚과 함께 살아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91년6월 경기도 일산 신석기시대 토탄층에서 볍씨 4알을 발견, 탄소연대측정결과 4천3백40여년전의것으로 확인됐다. 기원전 2천4백년전에 벼농사를 지었다는 증거이다. 인류의 쌀재배는 기원전 3천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신인 신농은 5곡중 벼를 제외한 다른 곡물은 황실가족이나 왕자들에게 파종을 허락했으나 벼만은 황제 스스로 파종했다. 삼국시대까지도 쌀은 바로 지배자를 의미했다. 왕족이 아니면 쌀밥은 구경하질 못했다.
쌀이 남아 돌고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찾는 현대지만 아직도 많은 가정이 조상단지속에 쌀을 넣어 모시고 있다.
경상도 사람들은 쌀을 살이라 한다. 단순한 쌀로 보지 않는다. 뼈와 살의 살, 육신을 의미한다. 쌀을 먹어야 혼령이 살수있는 살을 만든다고 봤다.
우리에게 쌀은 단순한 곡식보다는 민족의 혼령이 깃든 영물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쌀시장 개방압력에 전국민이 긴장을 하는것도 단순한 식량 차원으로서의 쌀이 아니기 때문이다.【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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