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이미지로 존립기반 위협 판단/역사의식 강조… 실천과제 결여 아쉬움 권영해국방부장관이 2일 발표한 특별담화문은 앞으로 군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제2 창군선언의 의미를 갖는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담화문은 김영삼대통령이 건군4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치사에서 이번 국군의 날을 「신한국군의 원년」으로 선포한데 이어 나온것으로 신한국군의 행동강령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화 선언으로도 풀이되는 담화문은 우선 과거의 숨김없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과거 군의 일부가 정치에 직·간접으로 관여함으로써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이념을 손상시켰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또 군이 일부 집단에 의해 공익과 정의에서 일탈해 질서가 왜곡되고 단결이 약화됐다며 사조직의 폐해가 심각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같은 인식은 일부 순수하지 못한 군인들의 부정적인 역할로 군전체가 매도당하고 군의 발전이 저해돼 왔다는 공감대가 군내부에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화문에서 지적한것처럼 국민은 군이 과거처럼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군내부에 정착해 있음을 보여주는것이다.
담화문에서는 정치불개입의 장치로 역사의식을 강조했다. 『우리 군이 역사의식에 보다 투철했다면 짧은 헌정사속에 부정적으로 평가된 여러가지 비극적인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것』 『역사의 냉엄한 심판은 결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용납하지 않는다』는등의 표현은 군의 결연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이 이처럼 강도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특별담화문을 발표한것은 문민정부 출범후 잇따라 터진 군내부의 각종비리로 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과거의 부정적 인식과 결부돼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자칫 군의 존립기반까지 위협받는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는 상황이었다.
군수뇌부에서조차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없이는 군이 국민과 역사앞에 바로 설 수 없다는 절박감이 표출됐다. 군내부의 공통된 생각을 인식하게 된 군수뇌부는 지난6월「과거단절선언」같은 군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김대통령에게 보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8월 장관직속으로 발족한 국방개혁위원회가 중심이 돼 전군을 돌아다니며 의견수렴을 거쳤으며 군수뇌부가 여러차례 모여 담화문에 담을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담화문에서 군이 과거의 굴레를 벗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하면서도 이를 실천적으로 담보할 세부적인 추진과제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군이 안고 있는 숱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했던 대다수 장병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군이 신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한 결의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군이 이를 얼마나 실천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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