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진국 또는 후진국이건 여당의 기능과 역할은 마찬가지다. 구미각국의 여당들은 야당보다 더 부지런히 정책개발에 앞장서는 한편 만일 정부나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 독주하거나 민의에 어긋난다고 볼 경우 가차없이 제동을 건다. 그때는 의원들이 정치생명도 접어둔채 오직 민의만을 앞세워 활동한다.
경제 회생을 제1의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한 클린턴미대통령이 장차 5년간 4천9백60억달러규모의 재정감축법안을 추진하는데 있어 소속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상·하원에서 민주당의원 상당수가 연방 휘발유 증세안에 반대하여 하원서는 2표차로, 상원서는 가부동수가 나와 의장인 고어부통령의 가표로 간신히 통과했다. 의원들은 세금을 안올리겠다는 공약을 어긴것이라며 국민편에 서서 반대했던것이다.
새정부출범후 7개월반동안 민자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투성이다. 정책정당도, 국정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당도, 새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여당의 모습도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간부나 소속의원 모두 한발은 계파에 걸친채 청와대쪽의 눈치만 살피는 눈치꾼, 사정과 개혁조치에 과감한 의견제시와 검토는커녕 그저 건너다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것이다.
김대통령의 「재벌들로부터 단한푼도 안받겠다」 「당은 정치자금을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속에는 「깨끗한 정치의 구현」과 관련, 정계의 큰변화를 알리는 신호임에도 거당적인 자구책마련보다 각자의 립지와 사사건건 계파를 앞세우는 듯한것도 그렇고 전격적인 금융실명제실시이후 시기와 절차의 당부논란이 분분함에도 당이나서 공청회등의 민의수렴노력을 보이고, 대소기업체에서 구멍가게까지 돌며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없다.
특히나 약사분쟁이 사회를 뒤흔들고 약국의 휴업등으로 국민들이 아우성인데도 보사부와 협의만으로 일을 다했다고 팔짱을끼고 있는것은 무엇인가. 민간단체인 경실련에 앞서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집권당이 적극 중재수습에 나섰어야하지 않는가. 토초세실시에 따른 거센 반발과 이의에 대해 1회성 당정협의로 끝내고 합리적인 실시방안모색보다 일부 간부들이 자신에 대한 과세의 재조정요구에 열중했다는 얘기에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또 민자당이 정치풍토를 완전히 뒤바꾸는 「정치혁명방안」이라며 얼마전 밝힌 소위 정치관계개혁방안이 당의 연구작품이 아니라 청와대서 보낸 골격을 그대로 전한것이라는 뒷얘기도 씁쓸하기 짝이없다. 축재물의의원들에대한 최근의 징계는 한마디로 성급한 과시욕이 빚은 실패작이다. 진정 집권당으로서 앞장서 자정의지를 보이겠다면 누구나 납득할수있게 확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소명까지들어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자에겐 가차없이 엄벌해야함에도 움소와 뒷선운동및 지역고려등으로 그저 징계했다는 식으로 마무리지은것은 난센스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당국에 모든 자료를 제공토록하여 국회윤리위가 엄정실사케 지원하고 그결과에따라 당차원의 징계를 했다면 보다 떳떳했을 것이다.
물론 민자당이 이처럼 침체되고 눈치꾼과 구경꾼이 된 이유를 모르는바 아니다. 재산공개파동으로 여러의원이 당을떠나고 징계를 받은데 위축이되고 각계파의 뿌리깊은 견제와 불화가 더욱 팽배했으며, 뭐니뭐니해도 김대통령의 예측을 넘어선 파격적인 개혁과 사정의 독주와 이를 따르지못하는것등이 큰이유가 될것이다. 대통령이 엄청난 조치들을 혼자 단행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데에 민자당이 소외감을 느끼는것 역시 이해할만하다.
이제 민자당은 스스로 선택을 해야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본다. 적자 서자 양자및 거리에서 주워온 자식들로 갈리어 녕일없는 파쟁속에 대통령의 표정과 청와대쪽의 날씨에 목을빼고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낼것인가. 아니면 각계파대표모임에서 과감한 계파해체및 파쟁중지를 선언하고 국민속에 뛰어들어 적극적인 민의관찰과 수렴을 통한 정책을 개발하여 대통령에게 과감하게 할얘기를하여 때로는 제동도 걸면서 국정에 반영시키는 새시대의 여당으로 새로 태어날 것인가를 택일해야한다.
어차피 정부·여당의 정치개혁방향이 야당과의 절충을거쳐 립법화하면 앞으로는 돈안쓰는, 여당이 이점이없는 엄격한 공영선거에서 많은 숨은 신인들과 무한경쟁까지도 각오해야하는만큼 민자당은 이번국회서부터 「정책여당」의 면모를 보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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