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만이 아니라 서해안에서도 유류 유출사고가 잇달았다. 이번 추석은 그곳 인근 주민들에게는 명절답지 못한 휴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전남 광양만주변의 남해안주민들은 지난달 27일 광양만서 발생한 유조선의 충돌사고로 유출된 벙커C유의 피해확산을 막느라 경황이 없었고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공업단지주변 서해안주민들은 나프타운반선의 좌초에 따른 나프타유출로 심한 구토와 두통에 시달렸다고 보도되었다. 광양만의 벙커C유유출사고는 가까운 남해안일대의 양식어장을 오염시키면서 이미 5백억∼7백억원의 엄청난 피해를 내고 전남여수에서 경남하동에 이르기까지의 국립공원 한려수도를 비롯한 남해안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방제장비의 절대부족으로 속수무책이며 대산공업단지의 나프타유출사고는 수질오염과 같은 가시적인 피해도 문제지만 나프타가스로 인한 구토 두통등의 신체적인 이상으로 주민 1백58명이 병원치료를 받았다는것이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광양만과 대산공단의 두사고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주는것은 유류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에 대한 무방비상태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는 산업이 발전됨에 따라 형태·성격·규모가 변하고 있으며 예방에서 방제에 이르기까지의 대책도 산업발전에 발맞추어 나가야만 되는데 우리의 오염예방과 방제대책은 아직 원시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류유출사고만해도 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할 뿐만아니라 자연환경이 되돌릴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훼손된다. 오일펜스가 없어 유출된 유류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한다거나 약품분무기등 방제장비가 없어 청정해역을 오염시킨 유류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지 상황이 이를 무엇보다도 극명하게 입증한다.
벙커C유로 오염되고 있는 남해안은 사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청정해역으로 양식어업의 보고였다. 그러나 지난해 여천앞바다 유조선조난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더이상 청정해역으로 남아 있지도 못하고 연안양식어업도 설 땅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역에서 해난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욱 심각한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해양의 유류오염 방제대책이 지극히 초보적이고 영세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해로를 철저히 정비하고 해상수송의 제반안전수칙을 강화하여 해난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함과 아울러 선박 항공기등 방제장비와 기구를 산업구조와 형태에 알맞게 현대화하고 보강하여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늘어나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거나 적절히 대처할 수 없으며, 날로 파괴되고 훼손되는 연안해역의 환경을 보호할 수 없다.
당국은 우선 확산되는 오염을 방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특히 주민들의 피해보상에도 만전을 기해줄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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