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10점 만점에 4.1점으로 30위. 한국 사법부의 신뢰도에 대한 한 평가다. 제네바의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93년도 국제경쟁력보고서는 각국 사법부를 평가하는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사법부 위상을 이같이 자리매김했다.싱가포르 신문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도표와 함께 크게 보도했다. 싱가포르 사법부가 지난해 9위에서 세계 1위(8.5점)로 뛰어오르는 영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의 사법부 평가에 의하면 좋은 점수를 얻고 있는 나라는 대부분 유럽의 선진국이지만 우리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홍콩(11위) 말레이시아(15위) 칠레·헝가리(공동 21위) 남아공(23위) 인도(24위) 대만(25위) 태국(26위)이 우리보다 앞서 있고 터키 인도네시아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파키스탄 등이 우리보다 못한 것으로 꼽혔다.
71년 설립된 WEF는 스위스정부의 법적 감독하에 81년부터 매년 국제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해오고 있는 비영리조사연구기관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말레시아에 뒤지기 시작했다고 해서 우리에게 충격을 준 보고서도 이 기관의 조사연구 결과다.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이 기관의 평가는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가. 당연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구체적 평가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법체제의 정의실현 책무,재판의 공정성과 신속한 처리,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등 상식상의 기준이 적용됐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기자는 아무리 이 기관이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평가에 별로 신뢰성이나 중요성을 두고 싶지 않다. 우리에 대한 평가에 애써 눈을 돌리려는게 아니다. 주관적인 것이긴 하나 우리나라와 비교대상이 될만한 몇몇 나라를 볼 때 우리보다 공정하게 법집행과 정의사회를 실현하고 있다는데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론 우리 사법부가 걸어온 지난달의 발자취를 곰곰이 돌이켜 볼때 솔직히 보고서에 나타난 평점을 부인키로 어려워 마음 착잡하다.
수장이 바뀌는 등 개혁의 진통을 겪으며 새로 태어나기 위해 애쓰는 우리 사법부의 새출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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