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객이 줄을 잇기 시작한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2가 신양중학교 교문앞에서는 지난 26일 해직 4년여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교사 길옥화씨(31)의 넋을 위로하는 노제가 상오 11시부터 열렸다.유가족과 전교조 소속 동료 해직교사들이 길씨가 생전에 간절히 돌아오고 싶어했던 학교앞에서 「해직의 원」을 달래주기 위해 마련한 「귀교노제」는 저마다 고향에 돌아가는 추석을 이틀 앞둔 때여서 더욱 쓸쓸했다.
『해직된뒤 매년 추석때 식구들이 모이면 옥화는 서울의 고통스러운 해직생활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차라리 식구들에게 털어놓고 하소연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원주에 사는 오빠 익균씨(34)는 『월세방을 전전하면서도 식구들에게 힘든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하면서 진정으로 원하던 일을 하려했던 동생이 자랑스러웠으나 이제는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울었다.
노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해직교사들은 학교측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교문을 걸어잠그자 『죽은 사람 원 한번 풀어줄 수 없느냐』,『잠시만이라도 고인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한 끝에 유가족과 동료교사 5명만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교무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유가족과 동료교사들은 막상 교무실에 들어서자 오열하고 말았다. 『네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했던 교무실이다…』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무슨 일이냐』고 묻거나 잠긴 교문너머로 구경을 하다가 교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쫓겨 교실로 몰려들어갔다.
노제를 마친 운구차는 들뜬 귀성차량속에 묻혀 장지인 성남으로 떠났다. 길 교사는 학교에도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됐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