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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협상 지렛대 활용 속셈/북,2차 핵협상 거부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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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협상 지렛대 활용 속셈/북,2차 핵협상 거부배경

입력
199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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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회부 차단” 또 하나의 강수/국제적 강경론 촉발 화 자초 소지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2차 협상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바다.

IAEA 정기 이사회를 앞둔 지난 16일 북한은 이미 지난 7월 미국과의 제네바협상 당시 미국측 대표인 갈루치 국무차관보 앞으로 서한을 보내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유보 결정자체를 취소해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던 차에 IAEA 정기이사회는 23일 북한 핵문제를 27일부터 열리는 총회에 상정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 핵문제가 IAEA 총회에서 다뤄진다는 것은 다음단계로 IAEA의 상위기구인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를 넘겨받아 권고나 경고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대북제재에 나서게 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위협속에서 협상하는 굴욕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는 동안 줄곧 지켜온 태도다. 따라서 북한의 핵협상 거부통보는 그러한 압력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이자 북한 핵문제가 IAEA 총회를 거쳐 안보리로 가는 것을 막기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총회 개막에 맞춰 최학근 원자력 공업부장 명의로 IAEA에 보낸 서한은 IAEA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핵사찰 전면 거부는 물론이고 IAEA가 제안한 10월5일∼8일 빈 2차 협상도 취소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그러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달초 평양에서 있었던 북한­IAEA간 1차 협상이 아무 진전없이 끝난 가운데 북한은 지난 21일 핵사찰 검증 장비에 대한 사찰만 허용하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이러한 제한 사찰허용은 IAEA가 요구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불만스런 응답이지만 북한­IAEA간 2차 협상이 무산되면 그나마 특별사찰보다 강도가 낮은 일반 및 임시사찰까지 완전히 길이 막혀 버리게 된다.

북한은 이처럼 강력한 또 한번의 승부수로 앞으로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강수를 던져 그뒤 대미 협상에서 원자력 건설 기술지원·지속적인 대화채널 가동 등의 성과를 거둔 터이다.

지난번 NPT 탈퇴가 그러했듯 북한의 이번 도박도 아주 위험스럽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카드를 협상의 수단으로 거듭 우려먹는데 신물을 내고 있다. 시간과 빌미를 계속 주면서 북한에 언제까지 질질 끌려갈게 아니라 이제 본격적인 제재조치에 착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정부와 언론에서 빠르면 수주내 북한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협상거부 통보는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대북한 응징의 명분을 쌓게 하는 것이다. 북한의 NPT 탈퇴에 대응해 유엔안보리가 지난 5월 채택한 첫 대북 결의안은 NPT 탈퇴를 재고해달라는 정중한 요청수준에 그쳤지만 안보리가 다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 강도가 전보다 더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핵씨름은 오는 95년 시효 연장여부를 결정하게 될 NPT의 유효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NPT가 북한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북한이 NPT를 시험하고 있다. 북한은 NPT를 탈퇴한뒤 넉달만에 이를 유보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작전으로 노렸던 성과를 이미 얻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최종요구인 NPT 완전복귀 및 특별사찰을 비롯한 전면 핵사찰 허용까지 성큼 성큼 걸어가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대한 밀고 당기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대북한 제재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이므로 이제부터 북한의 NPT 시험은 전보다 더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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