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확산 방지/지역분쟁 해결/지속적인 개발/기구축소 재정비 강조/“미 분담금 줄여달라” 요구도클린턴 미 대통령은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탈냉전시대에 유엔의 새 역할에 관해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유엔이 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안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는 유엔이 대처해야할 과제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무기확산 방지,둘째는 지역분쟁의 해결,그리고 셋째는 지속적인 개발이다. 그는 소련제국의 붕괴로 세계대전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 무엇보다도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의 통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즉 핵원료인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을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하며 핵무기실험 금지 및 화학무기 금지협정과 미사일 기술통제협정(MTCR)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근 핵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듯,미국은 이미 핵실험 중단을 위한 유예기간을 설정했다면서 각국이 이를 존중할 경우 미국은 약속대로 핵실험을 영구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을 강화해 핵확산을 하겠다고 밝혀 북한을 포함한 핵개발 국가들의 IAEA체제 존중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클린턴은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유엔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유엔 역할이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말리아와 보스니아,그리고 캄보디아 평화유지군의 예를 들면서 이들은 유엔의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강한의지를 실천한 사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는 보다 정예화되고 고도의 정보능력을 갖춘 군대를 파견하되 정치 및 군사 평가능력의 향상 등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세계는 기술 및 통신의 발전으로 급속히 통합의 길로 달리고 있다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국제적 경제협력기구의 발전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뚜렷한 목표하에서 유엔이 비전을 갖고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유엔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인 유엔 재정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과연 미국이 유엔의 새로운 발전을 얼마만큼 바라고 있는가에 회의를 갖게 했다. 유엔은 현재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0월에는 4천8백명 유엔 직원들의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는 물론 5대 상임이사국의 일원으로 유엔에서 큰 목소리를 냈던 소련이 냉전시대 때 거의 분담금을 내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도 무려 4억달러에 이르는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어 재정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클린턴은 연설에서 『옛날 유엔 창설때에 비하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현실에 알맞게 우리의 분담금 비율을 줄여달라』고 말하면서 체납액을 곧 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에서는 유엔이 과연 탈냉전시대의 세계질서 재편에 얼마만큼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론이 많다. 우선 소말리아나 보스니아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이 신통치 못하다는 것이다.
소말리아에서는 미군이 철수하자 반군들이 이를 대치한 유엔군을 수시로 공격하고 있다. 또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아이디드 장군의 세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그의 체포를 위해 무차별 가택수색을 허락하는 등의 잘못된 판단으로 오히려 유엔군의 신뢰를 떨어뜨려 놓았다는 것이다.
보스니아의 경우는 유엔평화군이 세르비아군에 의해 아예 무시당하는 입장이다. 유엔군이 좀더 조직적인 성공을 거두기전에는 미국의 지원도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탈냉전기를 주도하기 위한 유엔의 새로운 발버둥과 먼저 미국의 유엔분담금을 줄이고 행정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클린턴의 발언은 맞물리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어딘가 헛돌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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