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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난동증후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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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난동증후군」(사설)

입력
1993.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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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경마장 난동은 단순히 우발적인 불상사로 볼 일이 아니다. 뜻하지 않은 기수의 낙마사고를 두고 이처럼 엄청난 폭력과 방화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결코 정상일 수가 없다. 우리 사회 밑바닥에 깔린 병적인 현상이 있는 그대로 나타났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개인이나 사회적으로나 불만은 늘 있게 마련이고,그것이 어떤 형태로든지 표출될 때가 있다. 그렇지만 불만에 대한 항의표시나 표현이 인상적이나 반이성적이냐는 그 차이가 크다. 요즘 우리 사회의 행태는 과격한게 특징이 되었다. 모닥불에 기름이라도 퍼붓고 굿판이나 난장을 벌여야 후련할줄 안다.

경마가 건전한 오락이고 권장할만한 레저임은 새삼 들먹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경마제도는 부정과 승부조작 또는 미숙한 운용으로 자주 말썽을 빚어내는 시련을 겪었다. 이젠 개인마주제까지 도입되어 더욱 성황을 이루고,주말이면 경마장 가는 길이 꽉 막힐 만큼 놀라운 인파가 몰려든다.

그렇다고 제도와 운용의 개선만으로 「건강한 경마」가 보장되는게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경마 애호인이나 관중들의 자세와 의식이다. 오락이든 레저든 즐기는 일엔 품위와 질서 그리고 엄격한 규칙의 준수가 요구된다. 이번 난동사건에선 이러한 요소를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몰지각한 선동에 2천5백여명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놀이마당을 난장으로 돌변시켰다.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뒤집어보면 도박성향의 만연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본래 경마는 잡념을 잊고 몰두하면서 이득도 챙기는 재마가 쏠쏠하다. 이러한 오락성의 본질이 전도되면서 이해득실에만 눈이 어두워 경마를 도박행위로 몰아간다.

주말의 경마장 주변에선 「말밥 주러간다」는 은어까지 흘러 다닌다. 경마의 도박화 증상이 심각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속앓이를 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일확천금은 아니라도 푼돈으로 떼돈을 만져 보겠다는 과욕이 들면 결국 도박으로 전락하고 마는게 당연하다.

과격한 폭력과 도박성향이 지금처럼 기세를 부리는 한 건전 경마는 기대할 수 없고 앞날이 험난할 따름이다. 우리네 과격성은 경마장에 국한 않는다. 운동경기장에서도 관중의 난동이 종종 생긴다. 항의나 시위가 평화적이지 못하고 살기가 번뜩여 전율을 느끼게 한다. 서로가 자기 주장만 있고 내 멋대로라면 공동체의 유지는 불가능하게 된다.

반질서의 표본인 다중의 난동과 병적인 사회심리인 도박성향은 빨리 청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것들이 집단이기주의와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병의 증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대적인 반문화·반질서현상 추방운동이 자발적으로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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