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구상대로 정국운영 될듯”/“지지탄탄… 12월 총선거가 고비/양국 경협분야 확대·강화 필요”러시아에서 보혁세력이 사활을 건 결전을 벌이는 속에 한국과 러시아가 30일로 수교 3주년을 맞는다. 대한항공(KAL)기 격추사건 희생자유족 보상문제,대러경협차관 유보 등 난기류속의 한러 관계와 최근 러시아 국내정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 등을 김석규 러시아주재 한국대사와의 회견을 통해 들어본다. 다음은 26일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서 있었던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우선 옐친 대통령의 의회해산 포고령 발표이후 러시아정국에 관해 말해달라.
▲러시아사상 최초로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당선된 옐친 대통령은 지난 4·25 국민투표를 통해서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옐친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와의 타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초헌법적 조치이긴 하나 대안이 없는 상황속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서방각국이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도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옐친은 내년 6월12일 대통령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의회 해산총선실시와 형평을 맞춤으로써 앞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구상대로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다만 무력충돌만은 피해야 하고 88개 지방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방정부도 모스크바정세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본다.
1차적으로는 오는 12월의 의회선거가 고비가 될 것이며 국민들의 지지로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러관계가 최근 불편하다는 일부 시각도 있는데 수교 3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전망한다면.
▲90년 9월30일 당시 소련과 한국과의 수교는 실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소련의 붕괴,러시아 연방의 출범과 보혁갈등 등으로 3년이 지난 현재 양국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분기점에 와 있다.
지난 5월 부임 당시 옐친은 신임장을 받으면서 『양국관계의 기본틀은 짜여 있으니 이 틀속에 무엇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는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KAL기 사건,구 러시아공관 부지문제,대러 경협차관 등 3대 현안이 제기되어 있다. 양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려 상호 노력하고 있다.
한러 양국은 이미 동반자 관계를 정립한 만큼 안보면에서는 한반도통일을,경제면에서는 협력의 파트너로서 좋은 친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문제에서 한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은 21세기의 에너지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경협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옐친이 새 의회를 구성하고 개혁을 가속화할 경우 한러 양국의 협력분야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의 민주화 지연과 경제난국 등으로 양국의 통상 및 경협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혁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그 힘은 엄청날 것이다.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자원,우수한 과학기술,탁월한 예술 등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협력관계를 최대한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시베리아벌목장 인권침해 사례,러시아의 한국관련 역사교과서 개정문제 등으로 북한과 러시아간의 관계가 불편한 것 같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지도국으로 이같은 문제를 시정코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러시아보다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난 반세기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양측이 쉽게 거리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겠지만 북한과도 적정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종래의 군사동맹이 아닌 한반도평화와 안정을 위해 조언을 할 수 있는 대화관계로 위상을 정립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는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4강으로 항상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년 실시될 러시아대통령 선거로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이 연기될 가능성은 없는지.
▲옐친은 김 대통령을 공식초청했고 김 대통령 역시 가능한 한 내년에 러시아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원칙적으로 밝힌 바 있다.
과거 역사로 볼때 내년은 우리가 구 러시아와 수교한지 1백10주년이 되며(1백주년 당시는 구 소련과 국교가 없던 상태) 러시아는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는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러시아와 문민정부가 탄생한 한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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