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지난 22년동안 비교적 충실하게 지켜왔던 성역성을 상실하게 됐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및 지방 중소도시의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팽창으로부터 삶의 질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됐던 그린벨트에 이제 조종이 울리기 시작한 것 같다. 건설부가 그린벨트의 전폭적인 완화에 목적을 둔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방안」을 매듭 지은 것이다. 건설부는 도시계획 시행규칙 등을 개정한뒤 내년 1월부터 이를 실시하게 된다.이번 그린벨트 규제완화는 지난 12·18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약속했던 주요 공약사항의 하나가 실천되는 것인데 국민적인 총의가 충실히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분명한 것은 국민 모두가 그린벨트제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린벨트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린벨트지역 주민 자신들도 여기에는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도시의 과밀화와 팽창추세에 따라 그린벨트의 필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린벨트지역 주민들의 피해나 상대적 기회상실을 어떻게 보상하거나 또는 줄이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그린벨트 주민들의 20여년간의 민원사항이었다. 또한 부단히 논란돼왔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국민 절대다수와 그린벨트 주민 등 양쪽 이해당사자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지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 문제를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민의 피해는 줄이되 그린벨트 설정의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인 합의이자 중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설부의 이번 그린벨트 개선안은 주민들의 피해줄이기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건설부안은 그린벨트 재개발계획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주거생활 환경개선,생활편익시설 도입 등은 불가피하다 하겠다. 또한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해서 도시근교 농업을 활성화하고 축사의 확대 등을 허용키로 한 것은 합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와관련하여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은 농지의 형질변경을 허용,논을 밭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린벨트지역내의 논이 이제는 모두 밭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논의 휴경화와 밭으로의 불법전용이 급증하는 추세였다. 이처럼 밭으로 전용된 논은 다시 택지로 둔갑하기가 쉬운 것이다.
그린벨트는 전국국토 면적의 5.4%나 되고 특히 도시지역의 임야,농경지 등이므로 그린벨트내의 논의 증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것이다. 또한 20호 이상의 집단취락의 장려는 그린벨트의 도시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뭣보다 가공한 것은 이번 그린벨트 규제완화가 안고 있는 투기촉발의 가능성이다. 투기방지대책은 『국세청 통보』가 전부라할 정도로 책임회피적이고 안일하다. 재검토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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