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명실공히 동반자관계 진입”/정치·경제·군사적 교류 본격화/KAL기 격추 진상 계속 규명/한국,부패척결사업 상당한 성과 거둬 부러워한국이 구 소련과 수교한지 오는 30일로 3주년을 맞는다. 양국의 관계정상화는 21세기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앞두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정세 안정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 소련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방한과 군사교류 확대를 통해 한러시아 관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동반자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수교 3주년을 맞아 알렉산드르 니콜라예비치 파노프 주한 러시아대사로부터 양국관계 현황과 전망을 들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한때 적대관계였던 한국과 소련이 수교한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양국은 그동안 괄목할만한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한 러시아 대사로서 양국의 현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엄밀히 말하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이제 2년 밖에 안됐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기간동안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만족할만한 협력관계를 일궈냈습니다. 지난해 11월 옐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양국간 법적기초과 될 우호조약을 체결하고 한국에 김영삼대통령시대가 열리면서 발전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양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처음 대면했지만 그후 여러차례 친서교환을 통해 누구보다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어 앞으로도 양국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특히 러시아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쇼힌 러시아 부총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대전엑스포장을 둘러보는 등 인적교류는 절정에 달한 느낌입니다. 경제협력도 금년 상반기 양국 교역량이 지난해 보다 무려 40%가 증가한 7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올해부터 군사적 교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함정이 부산을,한국 해군함정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습니다. 이는 얼마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군사협력관계를 보면 상대국과의 협력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면에서 양국은 이제 명실공히 동반자관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국 관계에는 아직 차관문제나 KAL 007기 격추사건과 같은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관계발전을 도모하실 생각입니까.
▲물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거 적대관계 시절에 발생한 문제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KAL사건의 경우 러시아는 비극적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희생자기념비를 세우도록 했으며 저는 대사로서 유가족협회 대표들과 수차례 만나 애도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현 단계에서 가능한 것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다만 워낙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문제의 완전해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국가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 사전해결에 협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외채문제는 조정이 가능합니다. 오는 10월말 모스크바에서 이 문제에 관한 실무회담이 있을 예정인데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러시아는 현 경제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모든 외채는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쇼힌 부총리는 서울에서 러시아의 군사장비로 외채를 상환받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양국간의 협의는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습니까.
▲러시아가 이 방안을 제기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는 서방채권단인 「파리클럽」과 외채상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는데 한국은 파리클럽 회원국이 아니지만 협정규정상 한국에만 외채상환의 특례를 적용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또 한국측은 특히 많은 기업체들이 러시아 무기구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양국의 이러한 입장을 고려해 군사장비로 외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으로 헝가리와 외채문제를 해결한 전례도 있습니다.
양국관계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전쟁입니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한국전쟁에 관한 비밀문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비밀문서 제공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러시아는 이미 외무부 문서보관소내 관련문서 목록을 한국정부에 제공해 첫 난관은 넘겼다고 봅니다. 김영삼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관련문서가 한국측에 전달될 것입니다. 물론 방대한 자료중에서 관련문서를 찾아내 정리하고 분류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에 대한 평가는 권위있는 역사학자들로 국제위원회를 구성해 러시아외에 한국 북한 미국 등에 있는 관련자료를 바탕으로 내려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경제개혁 과정에서 부정부패로 홍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부패척결 작업을 보시는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에도 부정부패가 활개를 치고 있어 김영삼대통령의 부패척결 작업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이미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제안으로 이즈베스티야 취재단이 방한해 한국의 부패척결 작업을 상세히 취재하고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부패척결 작업이 러시아에 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부럽기만 합니다.
옐친 대통령의 의회해산조치로 촉발된 현 러시아정국 위기는 원만히 수습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소련붕괴후 형성된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에 있습니다. 헌법도 국가통치체제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시대 사고에 젖어있는 보수적인 의회에 의해 통치 및 행정체제가 마비됐습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 12월의 총선과 내년 6월의 대통령선거는 불가피합니다. 그 전단계가 옐친 대통령의 의회해산조치인데 러시아의 앞날은 이제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또 러시아 일부 자치공화국의 독립움직임으로 연방이 깨어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새로운 헌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연방주체들이 수락할만한 방안이 마련될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낙관적입니다. 88개 연방주체(자치공 자치주 등)의 90% 이상이 연방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지난 91년 연방주체들과의 신연방조약을 체결한 다음날 쿠데타로 물러났습니다. 연방조약 체결이 만능은 아닐텐데요.
▲그때와 지금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조기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고 연방주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신헌법 제정과 연방조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바람직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생활도 이미 1년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생활에 만족하십니까
▲지난해 6월 서울에 부임한후 아주 바쁜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양국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게 되었지요. 때문에 한국생활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그동안 여러가지로 도와주신 외무부 기업체 각급 연구소 관계자들에게 한국일보를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인터뷰=이진희 국제부기자>인터뷰=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