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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운영 기조 달라질까/「선경제론」 서서히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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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운영 기조 달라질까/「선경제론」 서서히 고개

입력
199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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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여권·재계 중심 당위성 제기/개혁그룹에선 반론… 조율 관심경제활성화와 개혁 그리고 사정,이들은 정의 관계인가 반의 관계인가.

정치권은 어렵기 짝이 없는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 계속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영삼정부의 출범초부터 얼마전까지는 『경제와 개혁,사정은 함께 가야 한다』는 논리가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다른 견해는 재산공개·사정정국의 서슬퍼런 분위기 때문에 수구의 논리로 몰리며 고개조차 들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금융실명제의 파장이 침체의 속도를 가속화하자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구 여권 출신 의원들은 재계 등 각계 각층의 「소리」를 바탕으로 「선경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경제우선주의는 김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미래를 지향하자』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실명제의 완화책이 발표되자,정국흐름의 큰 줄기로 자리잡아가는듯한 분위기다.

의원들의 체감지수 역시 국면전환쪽에 기울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21일과 23일의 청와대 만찬에서 김 대통령이 『이제는 사정보다는 경제에 비중을 두어달라』는 민자당 의원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듯하자,국면전환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는 모습이다.

경제우선주의에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사정과 개혁드라이브에 기인하고 있다』는 책임론도 내포돼 있다. 『엔고의 기회를 우리는 충격과 불안심리로 날려보냈다』 『돈의 본질은 이익이므로 애국심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도 윽박질러 되는게 아니고 분위기 조성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에는 개혁과 경제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한 노선을 「현실감각 부재」로 낮게 평가하는 성향이 다분히 깔려 있다. 재계도 이 논리에 힘을 얹고 있어 선 경제론은 상당한 세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정치·경제전반의 냉기류를 녹여야 한다는 대세 때문에 외형상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반박론은 「개혁그룹」 핵심권에서는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진보그룹의 논리로 경제침체의 원인을 분석하는데서부터 구 여권 출신들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경제침체는 그동안 혁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정권 아래서 기업들이 정경유착 관치금융의존 부동산투기 등으로 돈을 벌어왔고,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의 낙오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즉 3저의 이익을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재테크에만 열중한 나머지 경쟁력이 상실돼 생겨난 수출부진·생산감소를 개혁의 책임으로 떠넘긴다는 주장이다.

「개혁그룹」의 한 핵심인사는 『신경제 1백일 계획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활성화정책을 쓴다고 해서 경제가 눈에 띄게 나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치자금 규모를 축소시켜 경제외의 논리로 기업의 성장이 좌우되는 풍토를 없애는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효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제도 단기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 조정과 체질개선을 창출,상당한 시일이 지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 여권 의원들도 이같은 장기적인 낙관론을 일정부분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정기간을 정해 인위적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는 무리였음이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됐다고 단언한다. 만약 경제가 이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사회주의는 결코 몰락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개혁정치는 그 취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에 뜻밖의 부작용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우려이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운용의 묘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충고이다.

문제는 김 대통령이 어떤 논리를 받아들이고 이중 어느 대안이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개혁의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경제에 비중을 두는 절충형 정책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정부패의 수술작업은 중단없이 진행되겠지만 과거를 들추는 식의 사정은 절제되고 미래지향의 정책들이 선택되리라는 것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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