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휴업 하룻만에 무릎을 꿇고 약국문을 다시 열었다. 국민건강의 담보,약소의 파기 등 명분 잃은 집단이기주의가 차가운 여론,정부의 철권대응앞에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민주화의 진전과 집단이기주의의 목청은 함수관계에 있는 것 같다. 특히 후발민주정치체제에서 그런 것 같다. 한·약 대결은 최근의 한 예에 불과하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쓰레기 소각장설치 등 위험내지 공해시설로 인식되는 공장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도처에서 계속 전개되고 있다. 「님비」(내 뛰뜰에는 안된다) 현상은 이 땅에서 극복돼야 하는 또다른 형태의 집단이기주의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9월21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집단이기주의는 타개해야 할 한국병중의 한국병이다』고 했다. 만인이 동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치유방법이다. 배금주의 토양에서 한껏 자란 다양한 이기주의,2중적인 가치관 등은 합리적인 타협,논리적인 설득을 거부한다. 이래서 공권력의 개입을 자초한다. ◆우리가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이익집단간의 타협기술을 배워야 한다. 공존공생의 원리를 터득해야겠다. 상호주의와 호혜주의가 그 요체다. 공자의 중용주의와 간디의 비폭력주의와도 상통한다. 이것은 이익집단뿐 아니라 민족,국가간의 이해대립에도 적용된다. 극단주의자들은 아무것도 성사시키지 못한다. 성사는 타협주의자들의 몫이다. 유고의 민족분리주의자들은 「인종세척」이란 이름으로 영토분열과 피바다를 가져왔다. 이스라엘과 PLO의 온건파들은 테러,살육,전쟁 등 피의 반세기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우리는 단일민족 단일인종 국가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에 비한다면 우리의 집단이익 대립은 국가나 사회적으로 그렇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적인 공존의 타협원리에 익숙해진다면 극복되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국회가 그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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