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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산업자금 유도 “고육책”/실명제 보완책 발표배경·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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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산업자금 유도 “고육책”/실명제 보완책 발표배경·문제점

입력
199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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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면 과거 불문” 불안해소 겨냥/대의명분 후퇴­실효성 의문 제기도정부가 24일 발표한 금융실명제 후속조치는 기업 비자금 등 음성자금 성격의 비실명 금융자산이 자금출처 조사를 받지 않고 산업자금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중산층과 영세상공인의 실명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도 역점이 두어져 있다. 실명제의 대의명분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실명제 정착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금융거래 경색현상과 중산층 불안심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음성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유도하는 방법은 장기저리 실명 등록채권 발행과 법인명의 실명화 자금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등 두가지다. 「과거를 철저히 물어야 한다」는 명분에 묶여 오도가도 못하고 금융기관 금고에 갇혀있는 음성자금을 산업자금으로 변신시키기기 위해 이 두개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장기저리 실명등록채권은 일종의 「실명제 면죄부」라 할 수 있다. 이 채권 구입자금에 대해서는 자금출처 조사가 실시되지 않는다. 과거 재산형성 과정에서 탈세한 상속·증여세를 몽땅 면제해주겠다는 뜻이다. 대신 이 채권은 10년 만기 연 1∼3%의 장기저리여서 헐값이나 마찬가지다. 담세효과가 1종 채권(30억원 미만,연 3%)은 40%선,2종 채권(30억원 이상,연 1%)은 50%선에 이른다. 정부로서는 채권을 사는 순간 이 만큼의 세금을 징수하는 효과가 있다. 큰손으로서는 탈세하지는 않았다는 체면을 유지할 수 있다. 이같은 장기저리채권 발행은 실명제 준비단계에서부터 실무진이 수차에 걸쳐 강력히 건의했으나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보완대책때 무기명 장기저리 채권의 발행방안도 검토했으나 『모든 금융자산은 실명으로 거래되어야 한다』는 긴급명령의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백지화됐다.

법인명의 실명화자금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는 「검은 돈」을 산업자금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차명으로 돼있는 어떤 비실명자금이라도 법인명의로 실명전환할 경우 자금조성과정에 대한 탈세여부를 캐지 않겠다는게 이 조치의 취지다. 기존의 비자금을 정식 회계처리하면 비자금 조성경위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 다만 실명화 자금만큼 과거에 기업이득이 과소평가되었을 것으로 간주,법인세만 추징키로 했다. 이 경우 실소유주가 법인이 아닌 비실명의 음성자금을 법인소유로 실명전환(아무 자금이라도 법인에 넣기만 하면)하더라도 똑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비실명 음성자금을 법인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내고 실명전환하거나 장기저리채권을 사는 것보다 법인명의로 전환하는 것이 세금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자금 처리문제로 고심하고 있던 업계로서는 최대의 고민거리가 해결된 셈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음성자금이라도 산업자금화하거나 기업자금화할 경우 「관용」을 베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기업은 법인세만 내고 개인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지 상속·증여세에 상당하는 「희생」만 감수하면 「과거」를 묻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또 실명제 실시에 따른 세무조사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영세 상공인과 중산층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완화조치를 취했다. 실명전환에 따른 자금출처조사 면제범위 확대,현금 고액인출자 세무조사 배제,무자료거래자의 실명제 실시이전 거래조사 배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장기저리 채권발행은 이미 실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고 실명전환에 따른 이점도 적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기왕 이런 면죄부를 발생하려 했으면 실명제 실시 초기에 단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업계의 건의에 밀려서 타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정부 불신을 야기할 수 있고 빠져나갈 돈은 상당부분 다른 방법으로 이미 빠져나가 버려 이번 조치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부는 또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실명제 보완대책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계속 후속조치란 명칭의 보완대책을 반복,추가적인 후속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이 때문에 계속 나오고 있는 조치들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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