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경과 호주의 시드니가 막판까지 경합했던 2000년 제27회 올림픽 유치경쟁은 24일 새벽(한국시간) 간발의 표차로 시드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시드니는 올림픽 특수가 가져올 경제부흥을 꿈꾸며 잔치분위기인데 반해 올림픽 유치에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였던 북경은 초상집과 같다. 북경과 시드니 양쪽의 표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시드니 “흥분도가니”/3백40만 시민 축배·합창 편집자주>
○버스·트럭 축하경적
○…24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간) 2000년 올림픽유치 확정발표가 있자 3백40만 시드니 시민들은 맥주와 와인 등 술을 나누며 노래를 부르는 등 온통 축제분위기에 젖었다.
시드니항 원형부두에는 약 10만명의 시민들이 대형TV 스크인 앞에 모여 최종 발표를 애타게 기다리다 결과가 발표되자 서로 얼싸안고 탄성을 지르는 등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을 가득 태운 버스와 트럭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달리는 가운데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호주 최고인기가요인 「왈칭 마틸다」를 합창했다.
인근 해역 상공에서는 약 4백㎏ 분량의 폭죽이 요란한 폭음과 함께 주변하늘을 밝히자 환희와 열광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편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은 시민들에게 조속한 귀가를 당부하기도 했으나 경찰관들조차 대부분 축하행렬에 휩싸여 실제 근무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올림픽 수영 4관왕인 호주의 스포츠 영웅 돈 프레이저는 시드니의 2000년 올림픽개최 확정소식을 전해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해 했다.
프레이저는 이날 최종 발표가 있자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며 『호주인으로 태어난 것이 이처럼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기뻐했다.
○“경제회생” 희망찬 꿈
○…시드니 관리들은 올림픽 유치로 70억달러 상당의 경제적 효과와 약 10만명의 새로운 고용이 창출돼 그동안 침체된 국가경제를 회생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찬 꿈에 부풀어 있다.
폴 키팅 호주 총리는 『올림픽 유치가 호주 경제재건에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고 존 파히 뉴사우스 웨일스 주지사는 『이번 올림픽 개최로 약 48억달러 상당의 특수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남은 7년동안 1백4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시드니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시드니 외신="종합">시드니>
◎북경 “무거운 침묵”/시내 곳곳 평온속 긴장감
○거리에 공안요원 배치
○…2000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두표 차이로 아깝게 실패한 북경시의 24일 아침표정은 의외일 정도로 조용하다. 금요일인데도 평소보다 차량 및 사람의 왕래가 뜸했으나 그것도 큰 차이는 없었다.
담담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이날 새벽 천안문광장 주변에 모인 시민들에게서도 발견되었다. 시드니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였던 군중들은 별 소동없이 조용하게 해산했다. 한편 24일을 며칠 앞두고부터 북경시내 주요도로에는 정복차림의 공안요원들이 인도변에 1백m 간격으로 서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개최권 획득여부에 관계없이 중국민들이 지나친 감정표현을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경비강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 관측통은 89년 천안문사태의 출발이 전 총서기 호요방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한 군중모임을 방치함으로써 빚어졌다는 교훈을 중국 지도부가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 불만표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광명일보는 북경의 2000년 올림픽 유치 실패를 전한 24일자에서 82년 9월24일 등소평이 대처 당시 영국 총리를 만나 밝힌 「홍콩문제에 관한 중국의 기본입장」이란 문건을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다루어 눈길을 끌었다. 이의 게재에 대한 한 소식통은 이번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인권문제를 노골적으로 제기한 영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북경투자 위축”
○…주 북경 한국대사관은 중국의 올림픽 유치실패가 중국의 국내외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병태 주중 대사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동안 올림픽을 이유로 북경시가 긴축정책의 예외지역이었으나 올림픽 유치가 실패한 이상 그같은 예외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북경지역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측의 협조에 중국측이 고마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자동차·전자교환기 등의 신규 진출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등과 함께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은 오는 12월중 중국의 외국자동차기업의 추가진출을 금지해온 「3대 3소」 정책의 수정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올림픽 노래 방송
○…중국의 CCTV는 23일 하오 8시부터 북경과 몬테카를로,그리고 홍콩을 연결하는 3원 생중계 방송을 시작했으며 유치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까지 방송을 계속했다. 유치실패가 전해진 직후 본부격인 북경스튜디오에 모여있던 각계 인사들의 표정은 침울해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웃기도 하는 등 분위기를 일신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송국은 유치실패후 앞선 올림픽대회의 주제가들을 내보냈는데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그룹 코리아나의 「벽을 넘어서」를 가장 먼저 선곡,눈길을 끌었다. CCTV는 진희동 올림픽유치반장의 현지 인터뷰를 방송한후 올드 랭사인 노래를 배경으로 깔며 8시간에 걸친 생방송을 마감했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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