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맛을 내려면 간을 잘 봐야 한다. 싱거워 터져서는 감칠 맛을 잃어버린다. 사람됨됨이나 일의 맺고 끊음도 음식과 같다. 간이 맞아야 제구실을 하고 성사도 되는 법이다. 그런데 슬롯머신을 능가하는 숱한 비리와 유착의 온상으로 지탄받아온 카지노 수사결과를 놓고서도 싱거운 종결이라는 뒷말만이 무성하다. ◆검찰 수사가 이미 널리 소문난 의혹부분에 미리 한계를 설정,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게 그 뒷말의 요지이다. 썩고 냄새나는 부분을 도려내자면 과감한 메스질에다 소금도 양껏 뿌렸어야 앞으로 깨끗해질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오랜 국세청 세무조사 끝에 사건을 넘겨받아 해낸 일이란 국세청 통고 85억원보다 37억원이 추가된 1백23억원의 탈세를 밝혀내고 3개 업소 관련자 5명을 구속한게 고작이다. ◆진짜 카지노업계의 황제 전모씨는 이미 해외도피중이고,소문이 날대로 난 정·관·언 등의 연결고리는 하나도 파헤치지 못했다. 카지노가 코끼리라면 비스켓에 불과하다는 슬롯머신 비리수사 결과로 업계 대부를 비롯,국회의원·검찰 고위직 등 굵직한 거물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또 슬롯머신 영업자체를 없애기로 한 것과 달리 카지노업은 앞으로도 벌금만 내면 계속 번창할 모양이 아닌가. ◆같은 개혁정권의 사정중추인 검찰에서 맡은 수사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차이는 세무조사나 수사착수 초기부터 너무나 뚜렷했다. 여론이 들끓어도 외면만하다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고서야 업계 첫 세무조사가 마지못해 시작됐고,경찰 수사도 비호세력 하나 잡아내지 못해 싱거워 터졌다는 소리로 끝나버린 것이다. 결국 비호세력과 엄청난 비자금과 지분소유 관계의 검은 베일은 영영 걷힐 수 없는 성역이란 말인가. ◆아무리 「개혁」 「사정」소리가 잇달아도 이처럼 간을 제대로 보지못할 음식만 밥상에 올라서는 국민들이 구미를 잃게 된다. 사정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정성껏 간을 맞추는 성의를 국민 앞에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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