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학입시제도의 장점중 하나인 복수지원제가 실제로는 말뿐인 제도가 돼버렸다. 대학들의 무경쟁 무사안일속의 현실안주와 편의주의 탐닉 그리고 대단히 잘못된 대학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다.수험생들의 대학 선택폭과 응시기회가 종전보다 넓어진게 없다는 아쉬움 차원을 넘어,입으로는 자율권을 달라면서 행동으로 또다른 획일을 지향하는 대학들의 한심스러운 의식수준을 그래서 나무라게 된다. 새 입시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한을 신장시켜준게 큰 특징이다.
대학의 자율권이 신장됐다면 수험생들에게도 대학 선택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형평논리가 새 입시제도에 복수지원제를 도입한 배경이랄 수 있다. 또 그것은 대학입시를 대학에 완전하게 회귀시킬 멀지않은 장래에 대비키 위해 대학의 자율기능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자는 정책의지도 내재됐던 것이다.
전·후기로만 나뉠뿐 대학들이 같은날에 입학생을 거의 같은 전형기준으로 뽑고마는 우리 입시풍토속에서 수험생들이 입시날짜가 서로 다른 여러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수지원제가 도입된다면 대단히 전향적인 발전임이 분명하다. 복수지원제는 잘만 된다면 우수집단들이 상위그룹 대학에만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재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수험생 개인과 국가차원의 쓸데없는 낭비를 줄일 수 있고,대학간의 선의경쟁을 유도해 대학의 발전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다.
복수지원제가 일반화되면 한개 대학을 지원했다 낙방한데서 오는 수험생들의 충격과 좌절감도 줄여줄 수 있어 매우 교육적이고 후기대학이 이 우수한 학생들의 재수를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악용되는 폐단도 없앨 수 있다.
이같이 장점이 많은 복수지원제가 대학들의 입시업무 번잡기피증과 잘못된 서열의식 등으로 인해 실현될 수 없게 된 것은 정말 안타깝다. 오는 10월5일 교육부가 집계 발표할 1백41개 대학들의 입시요강을 보면 더욱 분명해지겠지만,언론매체들이 자체적으로 취재 집계한 대학들의 입시요강에서 그것은 이미 판명됐으니 말이다.
언론매체의 취합보도를 보면 전기대학 입시기간인 내년 1월5일∼14일 사이에 신입생 선발전형을 할 대학 1백4개중 5∼7일 사이에 전형하는 대학이 88.5%인 92개나 된다. 10∼11일에 하는 대학이 6∼7개,12일과 13일에 하는 대학이 4∼5개 정도다.
5∼7일 사이에 전형하거나,10∼12일 또는 13∼14일 하는 대학들을 날짜 기준으로 본다면 3일내지 이틀차이가 있어 「입시날짜」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복수지원을 하는데는 별 의미가 없다. 구태여 나눠본다면 5∼7일에 치르는 대학과 10∼14일 사이에 치르는 대학으로 양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복수지원은 가능해졌다는 견강부회식 논리를 편다면 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88.5%의 대학이 5∼7일 사이에 몰려 있고,더욱이 수준이 엇비슷한 대학들이 88.5% 속에 절대다수 끼여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복수지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복수지원제가 꼭 대학들의 자율성 미흡,경쟁의식 부족,편의주의 탐닉 때문으로 「말뿐인 제도」가 된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대학들,특히 수준이 비슷한 대학들이 뒤질 수 없다는 잘못된 서열의식과 사립 명문대학들이 국립 서울대를 눈치보는 아류근성 등이 주된 원인이고 책임의 절대몫이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천적 책임은 전기대는 1월5일∼14일까지 10일동안,후기대는 2월1일∼5일까지 5일동안으로 입시기간을 촉박하게 설정해준 교육부에 있다. 또 포항공대처럼 1월5일 이전인 12월 하순에 특차로 전형날짜를 잡겠다는 것을 허용못하는 교육부 당국의 편협함이 복수지원제를 고사시켰다고 본다.
그럴바에야 교육부는 복수지원제란 정책발상을 왜 했지,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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