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보수파 고립화작전 일단 성공/의회해산 노린 무력동원은 안할듯러시아정국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과 최고회의의 대치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옐친은 포고령 선포이후 자신이 노렸던 국내외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의회의 고립화에도 일단 성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각국의 지원은 물론 군부도 그에게 충성을 재다짐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의회의 지지세력이었던 중앙은행과 반옐친 중도파들이 속속 옐친 캠프에 합류하고 있으며 내각 역시 일사불란하게 각종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있다.
옐친은 이같은 분위기에 고무된듯 그라초프 국방과 옐친 내무장관을 대동하고 22일 낮에는 모스크바 중심가인 푸슈킨광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정국주도에 자신감을 과시했다.
옐친의 우세는 무엇보다도 사전에 면밀한 계획과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옐친은 개각을 통해 충성도에서 문제가 됐던 보안장관 등 일부 각료들을 경질하고 가장 가까운 측근들을 기용했다. CIS 정상들과도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며 교감을 가진바 있다.
이와함께 TV 등 매스컴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내보내도록 하고 있으며 군부 지도자들과 모스크바 근교 근위사단 등에도 상당한 반대급부를 약속하며 보수파 고립화작전의 끝내기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면 옐친은 개혁의 최대걸림돌인 의회를 어떤 식으로 무력화시킬 것인가.
옐친은 이미 보수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바 있어 서둘러 의사당을 점령,의원들을 강제 해산시키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력을 사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다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사항전」을 주장하며 의사당에서 버티고 있는 의원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옐친의 정치자문역인 소브차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등은 한시 바삐 의회를 폐쇄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옐친측은 반발하고 있는 일부 지역지도자들을 무마하고 의회의 영향력을 차단한뒤 의회해산의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듯하다.
이를 위해 각 지역 행정·입법부 지도자들로 구성된 연방평의회를 가급적 빨리 소집,자신의 포고령을 합법화하고 선거법 등을 제정해 정국을 선거국면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옐친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아직도 성급한 판단이다.
양측의 대치,긴장상태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양측간의 사소한 물리적 충돌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치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앞으로 2∼3일이 고비인 것으로 관측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