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견제·비판세력 허용을”/“실명제 실시 경기침체 가중”/김 대통령 “40년 타성 고칠때”민자당 의원들이 연일 김영삼대통령 앞에서 「겁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진의원들에 이어 23일에는 일반의원들의 말문이 터졌다. 경제활성화,실명제 보완대책의 필요성,당중심의 정치,건전한 비판의 허용 등 의원들의 요청은 다양하고도 진지했다.
이날 2시간여동안의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종필대표 등 핵심 당직자와 일반의원 등 1백12명. 청와대는 이들에게 중진 만찬때와 같이 추어탕을 대접했고 술로 막걸리,안주로는 멸치와 야채를 내놓았다. 이날 발언한 의원은 모두 17명이다. 다음은 발언요지.
▲김 대통령=아픔을 참고 변화와 개혁의 큰 흐름속에서 우리는 전진할 수 밖에 없다. 산고의 고통은 있지만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걸어가야 한다. 그 주체는 당이 돼야 한다. 모두 하나가 돼 어려운 일을 해내자. 공동체의식을 갖고 단합해 김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승리의 길로 나가자.
▲허화평의원=경제에 많은 신경을 써달라. 당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의원총회 등 의견수렴의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유흥수의원=실명제를 실시한 이후 경기침체가 더 심해졌다. 실명제로 인해 밑바닥 사람들이 많은 불편을 말하고 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우혁의원=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언로는 트여야 한다. 안정희구세력이 개혁주체로 나설 때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당과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한다. 경제에 충격을 주는 조치는 더 없어야 한다.
▲이상재의원=여론조사상의 지지와 스스로 흔쾌히 고통을 나누겠다는 것은 다르다. 당과 의원들에게 힘을 달라.
▲강용식의원=견제와 비판세력이 있어야 하고 그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 도덕성이 높을수록 다양한 의견을 듣고 건전한 비판을 수렴하는데 긴요하다. 실명제 보완 필요성은 이미 당내에서 한 줄기를 형성한 의견이다.
▲강경식의원=경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투자환경을 조성해 경제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실명제는 국민들의 생활방식과 기업의 운영방식을 모두 바꾸는 것이다. 그 보완대책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세제개혁과 밑바닥 상인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정필근의원=지금 민자당에는 적자와 서자 양자 그리고 다리밑에서 주워온 사람들이 섞여 있다고 외부에서 얘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는 당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데 문제가 있다. 하나로 뭉쳐나갈 수 있도록 총재가 당에 힘을 달라.
▲김 대통령=나는 오래전부터 실명제없이는 민주주의를 꽃피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금융자산의 비밀보장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살리고 맑은 정치를 가져올 것이다. 40년 가까이 타성속에서 살아온 사람,편안과 부정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제 생각을 고쳐야 할 때이다. 변화와 개혁의 물결속에서 낙오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당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당이 잘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열을 쏟고 있다. 경제에는 국민의 심리가 중요하다. 민자당 의원들은 개혁의 주체이며 구국의 보루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실명제의 대체입법은 불가하나 운용의 미를 최대한 살리는 후속조치는 강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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