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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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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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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늙을 노자와 아들자 자를 합쳐서 만든 글자다. 늙으신 부모를 자녀가 정성을 다해서 편안하게 모셔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어떤 학자는 「노」자가 아들이 어비이를 업고 다니는 현상을 그린 것이라고도 풀이하고 있다. ◆예기에는 노를 위해 힘쓸 일로 다음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부모를 공경하는 것(존친)이요,둘째 부모와 가족에게 욕되게 하지 않는 것(불욕),셋째는 부모에게 맛있는 음식을 드리며 봉양하는 것(능양)이다. 전통적인 유교윤리의 근본은 충과 효에 있다. 그래서 충효는 인본이며 효행은 백행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효의 개념도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라 퇴색하고 말았다. 핵가족화와 황금만능 풍조의 영향으로 노인들이 점차 발붙일 곳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속히 고령화사회로 진입,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지금 2백50만이나 된다. 그 가운데 무의탁노인이 5만명이 넘는다. 이들 무의탁노인은 대부분 고독과 빈곤속에서 씁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효를 바탕으로 한 전통사회에서는 늙으신 부모의 부양문제가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졌다. 그러나 농경사회의 견고했던 가족제도가 근대화와 산업화과정에서 변질되면서 노인의 부양문제가 전적으로 가정의 몫으로 남아있기는 어렵게 됐다. 날로 고령화하는 추세에서 노령세대의 복지와 후생문제는 사회와 국가의 몫으로 확대돼가고 있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추분(23일)도 지나 한가윗날이 1주일 남았다. 추석연휴를 맞아 노부모 공양을 생각하거나 성묘를 하는 대신 해외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연휴를 이용한 해외나들이가 혹시라도 외화낭비가 되거나 조상을 잘 모셔야 하는 전통적인 윤리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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