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입법사법부 포진… 보수진영 연합전선두명의 대통령이 공존하는 러시아의 기묘한 정치상황은 그동안 밀물과 썰물처럼 치고 받았던 보혁대결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집약되는 옐친의 공세는 보수진영의 보루였던 최고회의를 직접 겨냥,여지를 남기지 않았고 의회의 반격도 옐친의 권한박탈을 곧바로 들고 나왔다. 양측은 이제 최후의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보수진영은 현재 헌법을 방패삼아 공세를 저지하고 반격의 단초를 마련해둔 상태. 헌법에 의거,옐친의 권한을 박탈하고 권한이 정지된 루츠코이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밀어올렸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의회해산 포고령을 위헌으로 일축했다. 헌법을 빌미로 시작된 보수파의 반격은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에 포진하고 있는 3인을 정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의 입장과 면면은 향후 3각구도로 몰아칠 반격의 수순들을 결정할 것이다.
루츠코이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월초 옐친의 포고령으로 권한이 정지당한후 이에 반발,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이제 옐친 타도대열의 선봉에 섰다. 러시아 출범당시 옐친의 러닝메이트로 러시아의 정국에 등장했던 루츠코이는 91년말 급진개혁에 반발,보수진영으로 돌아갔고 현 정부의 부패를 경고하면서 대선출마 의향을 밝혀왔다. 공군 대령출신인 루츠코이는 아프간 전쟁영웅으로 대접을 받으며 군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패혐의로 위협받는 단점을 지닌다.
전면에 내세운 루츠코이보다 막후의 실세는 당연히 옐친의 최대 정적인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다. 보수성향의 최고회의 대의원들을 이끌고 옐친에 대한 흠집내기와 개혁저지를 주도해왔다. 경제학박사 출신인 하스불라토프는 기본적으로 시장개혁을 지지하지만 개혁의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포고령을 쿠데타로 규정,전국적인 총파업과 군경에 대한 명령불복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헌법수호역을 자처하는 헌법재판소의 발레리 조르킨 재판소장도 반격에 한축을 담당한다. 모스크바대의 법학교수에서 옐친의 천거로 현직에 오른 조르킨은 한때 보혁대결의 중재역으로까지 부상했지만 보혁대결의 고비마다 의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보수파의 동조자로 입장을 굳혀왔다.
이들 3인의 선택은 불만에 찬 군부와 거대한 관료조직,그리고 다가올 겨울을 걱정하기에 바쁜 민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들 3개 집단의 지지가 대세를 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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