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환경개입/“평화위협” 세계 정부역 확대/안보리 결정으로 적극 참여/“국가주권 제약” 일부서 반발세계평화에 직접 위협을 주지도 않는 소말리아 사태에 개입하여 군벌을 무장해제시키는 오늘의 유엔은 냉전시대의 유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각국의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탄산가스방출을 제한하려는 기후협약도 지금까지 없던 유엔활동의 새 지평이다. 최근 2∼3년간 진행되고 있는 유엔활동은 주권개념이 퇴색되고,국경선이 없어지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48년전에 만들어진 유엔헌장은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유엔은 개별 주권국가를 기초로 해서 이루어진 일종의 조약체계인 것이다. 단지 국제평화에 위협을 주는 사태에 대해서는 안보리에 주권에 우선하는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 안보리는 「평화에 대한 위협」의 기준을 광의로 적용하여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난민사태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내 문제였지 세계평화에 위협을 주는 사태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보리가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방적으로 개입하여 군벌의 무장을 해제하고 국가를 재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이티 군부가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축출하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자 안보리는 난민발생이 국제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아이티에 대한 경제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걸프전을 부른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침략행위로서 의심의 여지없는 안보리의 제재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라크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탄압에 대한 유엔의 개입도 「국제평화위협」 적용의 새로운 추세이다.
유엔,특히 강제적 집단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안보리는 이렇게 종래 국내문제로 인식되어오던 인권문제,인도적 구호문제,소수민족 탄압행위에 국제평화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의 「내정불간섭」 원칙 배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제3세계의 군소국가들중에는 주권제약을 가져오는 안보리의 결정을 놓고 강대국들이 신 식민주의를 정당화시키는데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약소국들의 주권은 약화되는 대신 오히려 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주권은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의 결정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주권을 침식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스탠리재단은 지난 여름 오스트리아에서 세계의 유엔관계 학자 및 실력있는 외교관들을 초청해서 앞으로 10년간의 유엔의 추세를 진단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은 『개별 주권국가가 유엔의 핵을 이루고 있지만,국제기구에 대한 국가의 우위개념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과 밀접히 관계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관련한 안보리 결의 등 그 개입과정도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대다수가 합의한 목적 앞에서 절대주권개념이 희석되고 있는 실례로 볼 수 있다.
또 하나 유엔활동의 새로운 추세는 국경선이 엷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작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환경 개발회의는 나라간의 경계선 개념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종래 국제환경문제는 인접국가간의 문제였다. 공해를 유발하는 국가와 그 피해를 입는 국가간의 쌍무문제 내지는 지역문제였다. 그러나 리우환경회의는 이를 「지구환경이 지탱가능한 개발」이라는 국경없는 세계 전체의 문제로 부각시켰다.
환경개발 문제만이 아니고 마약,난민,핵확산,인권문제 등이 국경없는 문제로 다음 세기에 유엔이 대처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유엔이 세계정부를 향해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유엔을 세계정부에 비유하기를 꺼린다. 역시 유엔에서도 개별국가의 이해가 너무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이 개별주권국가 기초한 국제기구이면서도 인권,환경,인도적 구호활동 등 개인문제에 대처하는 추세는 새로운 변화로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권개념의 퇴색을 두고 유엔을 「원시적인 세계정부」로 보는 견해도 있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