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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탄핵… 충격·긴박감/혼미의 러시아 정국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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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탄핵… 충격·긴박감/혼미의 러시아 정국 이모저모

입력
199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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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회의 건물 군투입설 긴장/의회서 임명 「국방」 군적 박탈/시민들 냉담·침묵속 일부 보수파 시위○…러시아인들은 구 소련의 공산당 시대이래 기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91년 쿠데타 기도사건이후 계속되는 보혁대결에는 아예 식상해 있었다.

모스크바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문제다. 매일 물가가 오르고 생활수준이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의 안정을 바라고 있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루츠코이 부통령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 등은 그 나름의 채널을 총동원해 자파세력을 결집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다.

의회 밖에는 1천여명의 반옐친 주의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채 「적기」를 흔들며 「옐친 타도」 「의회 사수」 등을 외치고 있다. 의사당 주변 곳곳에는 시위대가 투석용으로 준비해둔 돌멩이들이 쌓여 있었다.

옐친은 과거 쿠데타 당시 국민들이 보여준 열렬한 성원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년전 벨르이돔을 몸으로 지켰던 지지자들은 현재 냉담과 무관심한 태도로 변해 있다.

러시아의 주요 일간지들도 옐친의 포고령을 1면 톱기사로 다루고 있으나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22일 최고회의측이 국방 및 보안장관으로 임명한 블라디슬라브 아찰로프와 빅토르 바라니코프 장군의 군적을 박탈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코스티코프 대통령 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포고령을 지키지 않는 대의원들은 추후 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옐친 대통령의 전격적인 의회해산조치에 대항한 의회 중심의 보수파는 루츠코이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추대함으로써 러시아는 「두 대통령」이 서로 통치권을 주장하며 양립하는 극도의 혼미정국을 맞고 있다. 특히 루츠코이는 22일 옐친의 의회해산조치 무효화를 선언하는 한편 공무원 및 군인에게 자신의 명령에 따를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 포고령 1호를 발표,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루츠코이 부통령과 하스불라토프 의장 등이 머무르고 있는 최고회의 건물에 대한 정부군 투입설이 나돌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옐친은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권한이 없다』면서 『이는 매우 비민주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옐친 대통령은 포고령 발표에 앞서 모스크바 외곽의 군부대를 시찰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등 의회해산에 따른 정국 전개에 대비해왔다. 옐친은 지난주 내무부 산하의 최정예부대인 제르진스키사단을 방문해 사령관에게 『장병들이 완전무장을 갖춘후 모스크바시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인가』 『만약의 경우 나의 지시에 따르겠는가』 등을 직접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의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국방·내무장관과 함께 모스크바 중심가를 돌아보며 기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폭력도 쓸 의사가 없으며 모든 것을 유혈사태 없이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최고회의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한 루츠코이 부통령의 권력장악 기도에 대해 『별로 심각한 일은 아니며 아마추어적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나 최고회의와의 대화가능성에 대해 『최고회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최고회의와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옐친 대통령의 의회해산조치에 대해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서방은 지지를 표시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지지성명을 발표,『러시아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옐친에 대한 지지는 이미 지난 4월 국민투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본도 정부 대변인인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옐친의 결정은 적절한 것』이라며 지지를 천명했다.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은 옐친 대통령의 포고령이 발표되기 2시간전부터 주재직원들을 비상대기시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 외교관은 러시아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배경설명은 아직 없었다고 말하면서 일부 외교공관과도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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