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국 최대변수 “군부 향배”/일부 「개혁에 반감」 동요/양측 「최정예」 경계 돌입옐친 대통령의 긴급 포고령 선포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러시아 정국은 지난 91년 구 소련 당시 쿠데타가 발발했을 때와 유사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당시 옐친을 비롯한 민주세력은 벨르이돔(현재 러시아 최고회의 건물)을 사수했으며 쿠데타세력은 군부대를 동원해 이곳을 점령하려했다.
21일 하오(현지시간) 벨르이돔에서는 러시아 최고회의가 긴급 소집돼 밤을 꼬박 새우며 반옐친 결의안들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이 건물밖에는 1천여명의 강경보수세력과 공산당 지지자들이 시멘트 블록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채 「민주세력」의 결속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반면 옐친측은 내무부 소속 친위부대인 제르진스키사단중 병력 일부를 15대의 트럭에 분승시켜 정부의 주요건물과 방송국 등에 배치했다.
아직은 아무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칫 유혈충돌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며칠간 러시아 정국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변수의 하나는 군부의 동향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군은 정치상황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으나 군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리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모스크바 근교에는 옐친에 충성하는 근위부대들이 포진해 있다.
러시아 군대에서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이 부대들은 제2기갑 보병사단(타만스키사단),제4기갑사단(칸테미로프스크사단),제27특별기갑 보병여단(테프리스탄여단) 등이다.
이들 부대는 모두 모스크바 군관구 소속이며 가장 현대화된 무기와 장비로 무장된 최강의 병력을 자랑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모스크바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만5천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회 역시 자체 경비병력을 갖고 있는데 경무장한 의회 수비대 천여명이 의회 주변과 내부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있는 크렘린궁은 성자체가 완벽한 요새로 물리력으로 제압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반면 의회 건물은 도로변에 노출되어 있고 주변에 방어시설이 없기 때문에 쉽게 점령할 수 있으나 근처에 아파트 등이 있어 유혈사태가 날 경우 많은 민간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은 옐친의 포고령을 지지한다며 최고회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스크바는 인구가 거의 1천만명에 육박하는 인구밀집지역인 만큼 물리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들 경우 엄청난 혼란과 유혈사태를 빚을 우려가 크다.
군부는 그동안 급진개혁과 냉전체체의 붕괴 등으로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특히 동유럽 및 발트 3국 등에서 철수해온 군인들은 주택난에다 임금과 복지수준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저하돼 현 정권의 개혁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다.
옐친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장교들은 장교동맹을 조직,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형편이다.
옐친은 집권후 각 군관구 사령관들을 포함한 주요 지휘관들을 자신이 신임하는 장성들로 교체했으나 아직은 하급지휘관까지 장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91년 쿠데타때는 국민들이 군을 저지했으나 이번 사태를 맞아 군부와 국민중 대세가 어느편을 들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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