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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민자 중진 청와대 만찬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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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민자 중진 청와대 만찬 대화록

입력
199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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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바람에 못했던 말 “봇물”/“자유스런 경제분위기를”/의원들/“정치개혁 당서 주도해야”/김 대통령/화기 충만… “힘내라고 추어탕 준비” 폭소개혁정국과 사정바람속에서 납작 엎드려있던 민자당 중진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영삼대통령이 21일 하오 당직자 당무위원 당소속 상임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의원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를,사정보다는 경제회복에 무게중심을 실어달라』며 국면전환을 건의했다.

이날 의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허심탄회」라는 표현을 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정치권이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담고 있었다. 봇물터지듯한 발언은 김 대통령과 김종필대표가 의원들을 일일이 지명해가며 『터놓고 얘기하라』고 유도한데서 비롯됐다.

만찬을 마치고 나오는 의원들의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다. 그 이유는 만찬에 나온 막걸리 때문만은 아니고,그동안 숨죽여 지내오다가 통치권자에게 실물의 소리를 가감없이 전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는게 의원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다음은 대화내용.

▲김 대통령=대통령의 국회연설은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돼있지는 않지만 본인은 의회주의자로서 의원과 국민에게 국정에 대한 소신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 세계는 지금 변화와 개혁의 물결속에서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낙오하는 자는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일본 공동 통신사 사장이 일본의 정부는 7개 정당이 이끌어가는데도 혼란이 생기지 않는 것은 정치개혁이라는 대명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우리 당도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국민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개혁에 최선을 다해달라.

국민은 다양한 목소리를 좋아하지만 그것도 단합이 전제됐을 때만 찬사를 받는 법이다.

(이어 김 대표가 나웅배의원을 지명하며 『한마디하라』고 권유하면서 의원들의 발언순례가 시작됐다)

▲나 의원=세계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도 중산층과 영세상인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주부들이 남편과 함께 번 돈에 대해 금융실명제로 불이익을 당할까봐 근심을 하고 있다. 실명제의 보완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이승윤의원=재산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국제경제의 어려운 여건과 국내 경기의 침체를 감안,대통령이 좀더 경제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윤자 당무위원=실명제의 성공을 위해 여성단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정호용의원=재산문제로 심려 끼쳐 죄송하다. 허심탄회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달라.

▲이세기의원=시중에 걱정이 적지 않다. 이제 경제대통령으로서 미래에 무게를 두는 국면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순덕의원=정치개혁은 확고한 의지로 잘 될 것이나 경제는 세계가 한묶음으로 이루어지므로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최병렬의원=지난 7개월의 개혁결과로 대통령은 확실한 도덕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경제를 세우고 경쟁력을 되찾는데 몰두해야 한다. 예컨대 실명제는 긴급명령으로 완성되는게 아니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김정수의원=실명제이후 투자의욕이 감퇴되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개혁과 실명제가 국민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현찰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자유스런 경제분위기를 만드는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이한동의원=박수를 치는 관중을 무대위로 끌어올리는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달라.

▲양창식의원=기업총수 면담이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데 당직자에게도 이런 기회를 넓혀달라.

▲김 대통령=오늘처럼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문민정부의 달라진 점이다. 오늘 국회에서 미래를 얘기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여러분 모두가 경제문제를 강조했다. 경제활성화가 나의 중요역할이라는 것을 인식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어떤 경우든 국가와 국민에 이익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따져 노력하겠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는 절대 불용하겠다. 여러분도 개혁주체가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

이날 만찬은 할 말을 다하는 분위기인 탓에 시종 화기가 넘쳤고 특히 김 대통령이 『여러분에게 힘내라고 오늘은 특별히 추어탕을 장만했다』고 말할 때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또 황명수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은 점을 『대통령께서 결열하게 개혁의지를 피력해 본회의장이 엄숙함에 휩싸인 때문인 것 같다』고 조크,부드러운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기도 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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