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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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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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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더러운 환경속에 살면서도 한송이 꽃을 가꾸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을 보면 매우 처량한 생각이 든다. 서울에는 아무리 가난한 초가라도 꽃을 심지않은 집을 찾아볼 수 없다」­이 글은 구한말(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서울에 와서 선교와 서양식 교육활동을 펼친 미국인 헐버트의 저서에 나온 내용이다. ◆외세와 가난에 시달린 당시 서울의 모습이 어떠했나 미루어 짐작이 간다. 구한말의 「조선인」들은 외국의 위협과 빈곤에 짓눌려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보건이나 위생환경엔 관심조차 둘 여유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제국주의적인 야심이 아닌 순수한 인간애로 우리나라에 접근한 서양인들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왕실 시의로 초청되어온 독일인 의사 분쉬 박사이다. ◆그는 처음 현대식 변원을 차리고 서양 의학교육을 실시하려했으나,여의치 않아 사저에 진료실을 마련해 환자들을 돌보았다. 특히 1902년 초가을 콜레라가 만연하자 발벗고 방역에 나서 보건정책과 방역대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서울에 체류한 의사 가운데 외과수술이 가장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나라 현대의학의 초석노릇을 한 셈이다. ◆분쉬 박사가 의료에 끼친 공로와 업적은 오늘에 와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세계수준에 이른 우리 의학을 더욱 격려하고 의학분야에서 한독 두나라의 친선을 높이기 위해 3년전인 지난 90년 9월 분쉬의학상이 제정된바 있다. 대한의학회 주최 한국베링거 인겔하임의 후원으로 올해 세번째 수상자가 나왔다. 골수이식술의 세계적 학자인 가톨릭의대 김동집교수에 대한 시상식이 오늘 열린다. ◆모든 학문의 발전과 기술향상을 위해선 학술상이 밑거름노릇을 한다. 따라서 학술상은 권위가 굳혀지고 높아지는게 바람직하다. 분쉬 의학상의 제정과 기여도 그 뜻이 올바르게 평가되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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