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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연설과 박수/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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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연설과 박수/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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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를 감싼 공기는 참 묘했다. 김영삼대통령의 국정연설 때문이었다. 김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이날 국회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아온,혹은 보아온 것과 매우 달랐다.김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의석은 이상했다. 이 연설이 여야 의석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연설이 진행중인 본회의장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김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박수로 예의를 차렸던 의원들은 연설이 끝날 때까지 30여분동안 단 한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연설이 끝난뒤 야당의 논평은 『기네스북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원 개개인들에게 구해본 이유는 매우 다면적이었다. 여당이 재산공개 파문으로 자기 살을 잘라낸지가 바로 엊그제라는 사실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여당측은 그 이유를 연설내용이 너무 중요한데다 분위기가 근엄해서 특정부분에서 박수를 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갈라진 반응과 분석은 야당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삼갔어야 할 훈계조의 내용 때문이다』 민주당 김원기 최고위원의 말이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독주일변도의 자기 현시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의원들도 『박수가 나올 분위기가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부영 최고위원의 분석은 달랐다. 그는 『개혁의 금단현상을 이겨내자는 호소에 선뜻 박수가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이해하는 심정이며 오늘 연설을 비판적으로 볼 생각은 없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박일의원은 『대통령의 대단한 확신을 느꼈다』고 밝혔고,강창성의원은 『순서까지 정해놓고 박수를 쳤던 과거에 비하면 우리가 문민화됐음을 느낀다』고 역설적인 해석을 했다.

야당의 반응은 이처럼 다양했다. 그리고 이는 개혁을 명제로 하는 이 시기의 정치에 있어서 「절대기준」을 찾지 못하는 정치권의 속사정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비쳤다. 대통령 국회연설의 관례화는 국회의 권위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이번의 경우는 과도기여서 다양한 측면이 부각되는 것 같았다. 다음의 국정연설을 국회가 어떤 모습으로 듣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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