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마감된 지방공직자 재산등록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시시하는 바가 많다. 공직자 재산등록이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상징처럼 됐다는 의미 이상이다.권력과 부를 공유할 수 있었던 왜곡된 관행과 구조적인 부패구조를 교정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 재산공개 취지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그리고 이는 곧 바로 놀라운 현실 확인으로 이어진다.
지난 봄에 이어 새로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결과의 일부가 공개되었을 때 받은 충격이 배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1천1백67명의 고위공직자 재산을 보면서 우리는 우선 그 규모에 놀랐다.
1백억원대 이상의 재산보유자가 10여명이나 되고 평균재산이 일반인들의 10여배에 달하는 14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그랬다. 재산공개 파동을 예고하며 쉴새없이 터져나온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여러의혹과 축소·누락신고 여부 등은 지도층의 도덕성을 또 한차례 뒤흔들어놓았다.
8천62명에 달하는 지방공직자 재산등록 결과는 한술 더 뜨고 있지 않나 싶다. 1백억원 이상의 신고자가 30여명을 넘어서고 추정평균치가 중앙공직자보다 월등한 2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방공직자들의 재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보다 자세한 내역은 등록된 재산이 공개될 때 드러나겠지만 들리는 애기들은 한결같이 충격적이다. 이미 18명의 공직자가 재산공개를 피하고자 제발로 공직을 떠났다.
우리 사회 고질병중 하나인 부의 편중현상과 황금을 매개로한 여러 유착현상이 지방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심화돼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1백억원대를 넘는 인사의 대부분이 선출직인 광역의회 의원들이라는 사실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또 한차례의 선출과정을 거치는 지방의회 의장단들이다. 이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재산가들의 대부분이 정치인이었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유달리 재산이 많다는 것은 우리 선거문화의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부의 위력을 명예로 연결시키기 위해 선거라는 제도가 십분 활용된 결과다.
여기에는 금권정치 양상을 띠고 있는 수준낮은 정당정치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광역의회 선거가 정당 공천제를 택하고 있음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2년반전의 지방의회 선거 공천헌금 파동이 지방공직자 재산등록 결과를 예고해준 셈이다. 중앙 정당정치의 폐단이 지방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중앙에서 두차례의 재산공개 파동을 경험했다. 그 결과 지난봄에는 입법부의 장이 40년에 걸친 정치생활을 스스로 청산했다. 이번에는 양심의 최후보루라는 사법부의 최고책임자가 법복을 벗었다.
다음달에 있을 지방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자는 5천3백67명이다. 지방공직자들의 재산등록 내역은 해당 시도와 시 군 구별로 구성된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받아 공개된다. 사상 최대의 공개대상이다. 1백억원대 이상이 30명이 넘는 재산규모 등으로 미뤄볼때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공개대상 지방공직자의 대부분이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이다. 재산공개 파동의 여하에 따라 전국에서 지방의회 재선거 선풍이 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방자치의 활착여부와 직결돼 있다.
그런 만큼 지방공직자 재산공개는 사전 유의해야 할 몇가지 대목이 있다. 특히 이미 치른 두차례 재산공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만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는,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가 매도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재산형성 과정이 적절했는지와 축적된 부가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이면 충분하다. 물론 권력을 매개로 한 권력형 부조리 못지 않게 지방의 혈연·지연·학연 등 기초적인 인연이 중심이 된 토착비리의 폐단이 크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또 하나는 재산공개가 부정부패의 구조적인 먹이사실을 단절시킨뒤 깨끗한 사회로 가자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권력과 직위를 이용한 재산형성이나 부도덕한 재산증식 등은 법과 제도,그리고 사회적인 도덕규범에 의해 마땅히 엄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지 재산공개의 근본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재산공개와 함께 새정부 개혁드라이브의 한축을 이루었던 사정이 과거지향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와 일맥 상통한다.
지방공직자 재산공개는 중앙을 중심으로 형성돼가고 있는 새로운 공직자상 정립기풍과 부정부패 척결이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좋은 계기이다. 여기에는 30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의 성패도 걸려 있다.
중앙공직자 재산공개때 못지 않게 지방공직자의 재산공개 추이를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편집국장대리>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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