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EC 농산물협정 비준거부/클린턴 행정부도 “재타협 불가” 강경향후 세계무역질서의 초석이 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UR)이 타결시한을 3개월 앞두고 또다시 난항을 빚고 있다. 자칫하면 지난 7년간 끌어온 협상타결이 내년으로 넘겨지거나 협상 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UR협상의 적신호는 농산물분야 협정에 관한 프랑스의 완강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지난 11월 미국과 유럽공동체(EC) 대표간 체결된 농산물협상 합의서인 소위 「블레어 하우스협정」 비준을 프랑스가 정면 거부하며 농산물 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EC 회원국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UR의 중요협상 비준과 관련된 표결에서 EC 12개 회원국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가 비토할 경우 농산물협상은 원점으로 회귀,UR협상의 연내 타결이 무산될게 확실하다.
프랑스가 강력히 저항하는 이유는 블레어 하우스협정이 자국 농민들에게 미치는 불이익 때문이다. 이 협정의 골자는 미국과 EC가 ▲향후 6년간 농가수출보조금을 21%로 감축하며 ▲유지종자의 재배면적을 현재 5백50만㏊에서 오는 99년까지 5백12만8천㏊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EC의 적극적인 곡물수입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로서는 이 합의가 실현될 경우 전체 경작지중 30% 이상인 1백48만㏊가 휴경지로 전락하는 동시에 25% 가량이 곡물생산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난점을 안고 있다. 전국토의 56%가 농지이고 2백60만명 이상의 농업인구를 보유한 유럽최대의 농업국인 프랑스는 게다가 91년이후 경제상황이 계속 악화돼 10%를 웃도는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0.6%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 농민들은 지난 연말부터 블레어 하우스협정 반대시위를 계속 해왔고 이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내각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요소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프랑스정부도 농민들의 요구를 반영,미EC간 합의내용에 대한 거부권 행사방침을 계속 시사해온 것이다.
프랑스의 반발은 EC 회원국간의 정치적 긴장마저 유발하고 있다.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프랑스가 UR협상 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불만에 찬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고 독일 또한 『비토권 행사는 프랑스의 외교고립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협공하고 있다. 스페인 아일랜드 등 일부 EC 회원국은 프랑스에 동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제한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다.
EC 집행위도 단독플레이에 나선 프랑스를 마냥 공박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EC 통합의 과제를 앞두고 독일과 함께 쌍축을 이루는 프랑스를 소외시킬 경우 향후 통합일정 자체가 뒤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독일의 금리인하 거부를 계기로 가뜩이나 회원국 결속이 약화된 상황에서 프랑스를 벼랑에 몰 경우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올 소지가 다분하다.
EC 집행위는 이에 따라 미국에 리온 브리턴 EC 대외담당 집행위원을 특파해,미국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클린턴 행정부도 요지부동이다. 미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신속처리 권한이 실효되는 오는 12월15일까지 어떻게 해서든 UR협상을 완결지으려는 클린턴은 19일 『블레어 하우스협정에 대한 재타협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미 행정부는 한술 더 떠 UR협상이 연내에 마무리되는대로 독점금지,환경보호,기술정책,투자고용을 의제로 하는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의 출범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20일 소집된 EC 외무·농업장관 회의를 통해 프랑스가 주장하는 블레어 하우스협정의 전면 무효화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일부 합의내용에 대한 수정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블레어 하우스협정에 대한 거부권행사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가 협상시한을 넘기며 막판에 정치적인 타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UR협상은 농산물분야를 제외한 전체 15개 협상분야중 합의도출이 가능한 일부만 우선적으로 타결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UR협상의 연내 타결이 실패할 경우 UR협상 성사에 대한 미국의 의욕이 떨어져 협상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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