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얼마동안 프랑스를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과 문화부와 국립도서관은 한국의 고문서 반환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미테랑 대통령은 방한중이던 지난 14일 『우선 고문서 2권을 내일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다음날 1권만 김영삼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우리가 나머지 1권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동안 그쪽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동은 프랑스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미테랑 대통령이 방한에 앞서 『한국의 고문서 반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을 때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낙관적으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는데 무슨 장애물이 있겠느냐는 한국적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우리는 1868년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우리의 고문서 3백40여점이 곧 줄줄이 돌아오리라고 믿었다.
우리의 경험으로는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공무원을 상상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아픈 몸을 이끌고 국익을 위해 뛰면서 한국이 고속전철 TGV를 사준 답례로 고문서를 되돌려주겠다는데,고문서를 안내놓겠다고 울며불며 고집부리는 국립도서관 직원이 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외규장각 도서중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권을 서울로 들고 왔던 두명의 여직원은 공식계약없이 고문서를 한국에 넘겨주는 것에 끝내 반대했고,본국의 문화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항의했으며,『이번 반환이 절대로 전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득에 밀려 책을 넘겨주었으나,본국으로 돌아가 사표를 던졌다. 프랑스 신문들은 이 문제를 연일 보도하고 있고,국민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이나 문화재 관련기관들은 한국의 고문서 반환이 외국에서 가져온 수많은 문화재들에 대한 전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극구 반대하고 있고,문화부는 대통령실의 압력과 문화계의 저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립도서관은 『문화부는 고문서를 한국에 보여준후 다시 가져오겠다는 거짓말로 우리를 속였다. 우리는 대통령의 선물용으로 고문서들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항의성명까지 발표했다.
우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직원들의 높은 직업의식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그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의 공직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편으로 「프랑스의 문제」가 프랑스 내부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어 우리의 고문서들이 미테랑 대통령의 약속대로 하루 빨리 반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와함께 우리의 국립박물관 이전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문화부나 국립박물관에는 『새 국립박물관을 짓기전에 현재의 박물관 건물을 헐어서는 안된다』고 울며 반대하는 사람이 왜 안나올까. 김영삼대통령도 부러워한 프랑스의 「대쪽같은 공무원」을 우리가 가지려면 어떤 일들이 선행되어야 할까. 대통령·장관 등 고위층에서 먼저 달라져야 할 일은 없을까. 두명의 프랑스 여자 공무원이 서울에 남기고간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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