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으로 달리던 한·약 분쟁이 시민운동단체인 경실련의 중재로 타결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22일로 예정돼 있던 전국 약국 휴업 및 일부지역의 한의원 폐업과 같은 파국사태도 이번 중재안 잠정합의로 일단 피할 수 있게 되어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이번 합의정신을 바탕삼아 국민건강에 효율적으로 봉사할 수 있게 한·약의 발전적 공존방안을 제도적으로 하루속히 정착시켜 줄 것을 바라는 마음 앞선다. 아울러 극한투쟁의 아픈 후유증으로 남아있는 전국 한의대생 유급문제도 새로운 차원에서 구제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못해온 일을 시민단체가 나서서 성사시켰다는 것은 의미가 대단히 크다. 또한 국민들에게 가슴 뿌듯함을 안겨주는 일이다.
사실 이번 한·약분쟁은 우리 사회전체의 문제해결 능력 부재를 가장 극명히 표출시킨 충격적 사건이었다. 그런 우리의 취약점을 당국의 강제력이 아니라 시민적 자구정신으로 해결점을 찾기에 이른 것은 우리 사회의 능력과 수준을 한단계 높여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가 그 나라와 사회의 주권자이자 주인임을 자각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은 민주사회의 모태와 다름없다. 그런 의식이 공존과 합의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부당한 억압과 독선을 배격시키는 자정력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시민의 힘을 보여준 이번 일은 결과적으로 분쟁사태를 방치하고 합의중재에도 실패했던 보사부 당국의 무능과 경직된 관료적 자세를 더 한층 부각시켰다고 하겠다. 국민들로부터 비싼 세금과 막강한 권한마저 부여받은 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국민들이 보다 못해 대신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사회의 큰 문제들에 이처럼 시민정신이 발휘된다면 무사안일이 능사인 당국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고압적 독선이나 군림자세에서 벗어나 시민들 편에 서서 발로 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잠정합의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한방의약 분업의 3년내 실시,약사 또는 무자격 의료인의 한약 임의조제금지 및 한의사들에 대한 의료보험 가능한 첩약의 처방전 발급 의무화,한약사제 신설 등이 들어있다. 한의약 분업 실시전의 한약조제권 문제 등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으나 일단 큰 줄기는 합의된 셈이다. 양측이 이번의 양보정신을 살려나간다면 풀지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보사부는 현재 입법예고중인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더이상의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 하찮은 절차나 권위에 구애됨이 없이 철회,모처럼 성사된 양측의 자율적 해결을 도와야 하는게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는 한·약 양측은 물론 당국과 시민 모두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하겠다. 민주시민 사회에서는 독선적 배타주의나 집단이기주의는 설 땅을 잃고 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또한 시민정신의 승리와 함께 관료적 무능과 책임도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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