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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랑과 한국 고문서/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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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랑과 한국 고문서/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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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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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명예문제다. 우리는 프랑스의 이익과 합법성,그리고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받았다』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고문서 관리책임자인 모니크 코앙과 자클린 상송이라는 두 여직원이 17일 프랑스 언론에 발표한 사임의 변이다.

두사람은 15일 에어프랑스편으로 외규장각 고문서 한권을 공수,방한중인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한국에 이어 카자흐공화국 순방을 마치고 17일 밤 파리에 돌아왔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고문서 한권이 일으킨 파문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신문인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국립도서관 직원의 사임을 계기로 18일 일제히 이 문제를 1면 등의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분류번호 1235번.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동양고문서 한권은 TGV 계약에 비하면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의 소장품을 담당자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초월적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마음대로 처분해도 좋은 것인가. 이는 원칙의 문제이다』 「대통령과 한국고문서」라는 제의로 르몽드 기사의 결론이다.

기사내용은 엘리제궁이 미테랑의 방한을 전후해 국립도서관과 문화부의 이견을 묵살하고 고문서를 한국에 반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이를 미테랑의 「스캔들」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여직원의 항의성 사임은 무언중에 미화되고 있다.

한국의 고문서 반환으로 야기된 프랑스 국내 문제에 대해 한국은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입장이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의 보도태도에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구석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르몽드는 이 기사에서 「상징」과 「원칙」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즉 고문서 반환이 한국에는 「수치스런 과거사」를 청산해주는 상징에 불과하지만 프랑스에는 문화재의 해외반환이라는 원칙의 문제라는 논리이다.

그 거꾸로가 아닐까. 사임한 국립도서관의 여직원은 명예와 직업윤리를 빼앗겼다고 비분강개했지만 한국은 역사를 그들의 대포 앞에 빼앗겼다. 우리가 우리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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