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되풀이되는 얘기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 매년 상당한 돈을 푼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인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담보나 담보에 가름할 수 있는 「보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금융실명제 실시에서도 사채시장의 위축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영세사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 긴급운전자금,긴급경영안정자금 등 1조원을 상회하는 방대한 자금을 방출키로 했으나 실제의 대출실적은 50%에도 훨씬 미달했다. 이번에는 사채시장 수축에 따른 부도사태를 우려하여 재무부,한은이 과거 어느 때보다 대출을 독려했으나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명제 실시와 관련하여 정부가 각별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은행거래를 할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영세 중소상공인과 업체다. 현재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는 사업자 가운데 외형거래액의 2%에 상당하는 세금이 부과되는 과세특례자가 약 1백30여만,65%로 이들 상당수가 영세 중소상인이다. 이들은 사실상 무자료 거래자들이다. 은행창구측은 궁극적으로 대출회수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이 지게 되므로 정부 독려에도 불구하고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래서 「중소기업 지원자금」은 역시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실명제를 엄격히 실시하면 사채시장은 사실상 빈사하게 돼있다. 정부는 차제에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대출되도록 중소기업 내지는 서민금융체계를 개혁,강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금융기관이 담보융자를 고집한다면 「전당포금융」 단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담보능력이 있거나 보증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은 돈을 쓰기 싫은데도 은행으로부터 돈을 써달라고 청탁까지 받는 자금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파행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신용융자 자체가 과감히 도입돼야 한다. 또한 서민금융체제를 다양화하고 금리체계도 다원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재무부도 지금 서민금융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에 융통어음할인 업무를 신규로 허용하고 여·수신금리를 1내지 1.5% 포인트씩 인상을 허용하는가하면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등에 대해서도 어음담보 대출 등 신규업무를 허용했다. 특히 신용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설립자본금의 인하 등 설립기준을 완화했다. 사금융의 유입도 의도됐다. 그러나 당해 업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원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더욱 과감한 대응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일본처럼 개인대금업의 허용도 검토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영세 중소기업 자체에서 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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