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분규를 쟁점으로 집단수업거부를 했던 한의대 재학생중 80.4%에 해당하는 3천1백53명이 유급대상자로 확정됐다고 한다. 지난 90학년도 1학기에 세종대 학생들이 학내 분규로 법정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2천9백70명이 집단유급을 당했던 일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한의대생들의 유급사태는 그보다도 숫자가 훨씬 많고 해당대학이 전국에 걸쳐 11개대나 됨으로써 우리 대학사에 유례가 없는 불상사로 기록됨직하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지난 3월22일 시작된 한의대생들의 집단수업거부 과정에서 우리는 한·약 분규를 수습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는 보사부의 무책을 똑똑이 지켜봤다. 대학과 학생들을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는 교육부 또한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해당 대학에만 맡겨둔채 기껏해야 법정수업 시한을 두차례 연장해주는 미온적인 대응밖에 한 일이 없었다.
물론 성인인 대학생들이 민감한 현실문제로 사회참여를 하면서 본업인 수업을 거부하는 투쟁방식에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그러한 분규 하나 슬기롭게 해결할 수 없는 저능단계밖에 안되는가를 생각하면 한심스럽다.
어찌됐건 3천명이 넘는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사태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너무 커 좀더 지혜로운 사후 수습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고육책으로 해당 대학들에 제시한 학년제 학칙을 학기별로 개정해 학생들의 유급기간을 1년에서 1학기로 단축시키려는데 대해 대학들은 적극 호응해야 한다. 또한 유급 해당학생들은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다시 논의될 기회가 있으므로 이제는 행동을 자제하고 2학기 수업에 충실해 더 이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할줄로 믿는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1학년 학생들이 유급됨으로써 11개 한의대학의 94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7백50명)이 유급되는 학생수효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해 4천여명이 한의대를 지원하는 예년의 예로 미뤄 볼때,현재의 고3 수험생들은 그야말로 엉뚱한 피해를 당하게 될 판이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응시기회마저 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인가. 때문에 교육부와 해당 대학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한명이라도 더 줄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우리는 본다.
해당 대학들의 수용능력·교수인력 등을 최대한 활용해 유급학생의 50∼70% 정도라도 신입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교육부 또한 적극 수용했으면 한다. 우리의 이러한 권고가 불법이나 탈법을 편법으로 어물쩍 처리하라거나,1학년을 중복으로 뽑아 정원제 수업을 아예 무시해도 좋다는 뜻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아울러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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