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하면 세계 핵경쟁 재개 가능성”/중 올림픽 개최 노력과 연계될 수도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7일 중국에 지하 핵실험계획의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2000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더 이상의 다리를 건너고 싶지 않다』며 『중국이 지하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도 매커리 대변인을 통해 지하 핵실험 계획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중국 핵실험 문제는 양국간 대결을 조장하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워싱턴 포스트지가 17일자 1면 머리기사로 중국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예정이며 만일 이 실험이 있게 되면 프랑스,러시아는 물론 미국도 지하 핵실험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보분석 기사를 보도한데서 비롯됐다. 이 신문은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중국이 최근 신강성 서북부 로프 놀에 있는 거대한 수직 지하갱속에 핵무기 장비를 내리는 것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며 중국은 언제든지 이 핵무기의 실험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매커리 대변인은 이 보도가 나온후 미국은 지난 수주일동안 고위관리를 통해 중국의 지하 핵실험 중지를 계속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적어도 국무부 안보담당 차관인 데이비스보다는 상위급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 핵실험을 한다고 하나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어 핵실험 확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다른나라들로 하여금 중국 핵실험 중지의 설득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그같은 배경에서다.
클린턴 대통령의 핵실험 반대 방침은 더욱 확고하다. 그는 방미중인 참피 이탈리아 총리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른 모든 나라들이 핵실험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유독 중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핵실험 불가이유로 첫째 소련의 해체로 더이상의 핵위협이 없으며 둘째 경제문제에 더 힘을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중국이 일본에 이어 두번째의 대미 무역흑자국임을 지적하면서 양국 무역관계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은 갑자기 미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핵실험중단 경고를 받아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중국은 아직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당초 부시 전 대통령이 제안한 96년이후 핵실험 완전 중단에 일단 동의했으나 그간 사고 등에 의해 쉽게 폭발하지 않는 고수준의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핵실험 준비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클린턴이 7월2일 모든 핵실험의 유예를 발표한 터이고 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핵보유국이 이를 지지하고 나선 판국이어서 중국의 이같은 태도를 방관할 수 없게 돼있다.
특히 중국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 등 핵개발국을 고무시킬 가능성이 있고 프랑스 러시아 등도 잇달아 핵실험에 나설 위험성도 있어 중국 핵실험을 반드시 견제해야 할 입장이다.
중국은 중거리 미사일 M11의 파키스탄 판매,이란과의 교역,수감자의 강제노동행위,인권문제 등으로 미국과 외교적 긴장을 높여왔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중국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중국관계는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결정될 서기 2000년의 올림픽 개최지 선정문제를 핵실험과 연계시킬 경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중국은 2000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저지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핵실험 포기와 미중관계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중국은 핵실험과 올림픽중 올림픽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을 할 것 같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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