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사임한지 1주일,사법부는 나날이 더해가는 참담함속에 빠져 있다.『30년 법관생활에 요즈음처럼 처참한 심경을 느낀 적은 없다. 법관이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한 대법관은 평생을 기울여 쌓아온 권위와 자존을 스스로 내던지듯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법부 재산공개와 함께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고 급기야 고고함의 상징인 수장을 잃었을 때,법관들은 망연자실해 할뿐 자기 변호의 목소리를 삼갔다. 「구구한」 해명을 않는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산공개 파문이 온 사회에 일으킨 소용돌이가 누구도 제어하기 어려운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장에 이은 검찰총장 퇴진과 후임총장인선,그리고 국회의원 등 축재공직자에 대한 처리과정과 여론의 반응 등을 지켜보면서 법관들은 차츰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로 변했다.
『어느 부류보다 깨끗하게 봉직해온 법관들에게는 「도덕성」을 내세워 그토록 잔인하더니 다른 공직자들에겐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관대한거냐』는 격앙된 반문이 어이지고 있다.
법관들은 『우리는 스스로를 이재 등 세상사에 가장 서투른 사람들로 알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사법부를 일방적으로 매도,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다른 국가조직의 우위를 초래할 위험도 크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사법부를 무참히 「단죄」한 후유증의 단적인 징표를 일부 언론이 신임 검찰총장 인선기사 말미에 격이 다른 대법원장의 인선전망을 덧붙여 놓은데서 찾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분노와 처연함에 휩싸였고 일부 법관들은 보던 신문을 찢어 던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광복이후 사법부의 위상이 이 지경으로 전락한 적은 없다. 사법부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 하루빨리 사법부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위기에 처한 법원을 구해야 한다』고 법관들은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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