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언 검찰총장의 취임에 이은 검찰조직 정비과정에서 신망이 두터운 몇몇 검사장들이 「용퇴」한 것이 과연 검찰조직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들이 있다.고시 15회인 박종철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직후 고시 16회가 차기 총장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자 박 전 총장과 고시 동기생인 김유후 서울고검장과 장응수 대검 총무부장이 후배 총장의 원활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검찰을 떠났다.
이어 고시 16회인 김도언총장이 취임하자 고시 동기생인 문종수 인천지검장과 서익원 수원지검장이 역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사임했다.
당초 문·서 두 지검장은 고검장 승진후보로 거론됐었다. 두 사람은 후배인 사시 1회의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보다 진급이 뒤졌지만,능력과 인품면에서 『검사장으로서 그치기에는 아깝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전주지검장을 지낸 문 검사장과 대구고검장,마산지검장을 지낸 서 검사장은 솔직 담백한 성품에 정도를 벗어날 줄 모르는 처신으로 후배 검사들의 존경을 받았다.
검찰은 고시와 사시 횟수에 따른 서열뿐만 아니라 서열의 높낮이가 확실한 조직이다. 때문에 원활한 지휘권 행사와 신진대사를 위해 과감히 옷을 벗고 나가는 관행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능력과 인품,그리고 무엇보다도 경륜을 갖춘 인물들이 후배에게 추월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떠밀리다시피 떠나는데는 아쉬움이 크다.
이는 단순한 인간적 정리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검찰이 격동기 때마다 맞는 개혁의 과제를 무리없이 풀어 나가는데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이른바 「개혁의지에 충만한 인물」도 필요하지만,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에서 검찰 본연의 자세를 꿋꿋이 지키면서 그 구성원들을 어루만지고 감쌀 수 있는 경륜은 한층 절실하다.
검찰 수뇌부는 두 검사장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마음들을 깊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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