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야권 “정국운영 불만” 노골화/냉기 감도는 민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야권 “정국운영 불만” 노골화/냉기 감도는 민자

입력
1993.09.18 00:00
0 0

◎사회분위기 내세워 비난 일쑤/개인차원 넘어 공감형성 단계불신과 파열음이 민자당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냉기마저 흐른다.

재산공개 물의의원 처리에 대한 당내 이견이 끊이질 않고 일부 구여권 출신 의원들은 정국운영 방식에 또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의 어려움이나 사회분위기를 들어가며 청와대와 당지도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비난은 집단적으로 표출되지는 않고 아직은 뒤안길에 흘러다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흐름이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기류는 민자당이 재산공개 물의의원에 대한 징계를 취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징계 당사자들이 승복하지 않았고 상당수 의원들이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해 징계발표가 하루 연기되는가 하면 징계내용이 축소되기도 했다. 15일의 당무회의에서는 곽정출의원이 『돈많은게 무슨 죄냐. 윤리법이 있는 마당에 정치적 단죄는 옳지 않다』고 노골적인 반발을 하기도 했다. 곽 의원들의 발언은 구 여권 출신 의원들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대목이었다.

3월의 1차 재산공개 때도 불만과 소외의 분위기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정국은 아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서슬퍼런 상황이었고 구 여권 출신 의원들은 할 말을 삭이며 납작 업드렸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달라진 뭔가가 확실히 있다. 몇달전 불만의 양상이 「모래알」로 비유된다면,현재의 양상은 돌이 빙빙 돌고 있는 줄의 맨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 줄을 자르기만 하면 돌은 상처를 입히면서 떨어져 나갈 형국이다.

이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사석에서 다른 계파를 비난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고 중간 당직을 맡고 있는 민정계 출신을 향해 『언제부터 민주계가 됐느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재산공개 파문의 마무리과정에서 당직자가 징계대상자로 거론된 의원과 은근한 접촉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일부 민정계 의원들은 군출신이나 소외된 중진의원들을 들먹여가며 『내년에도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탈당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상기류가 민자당내에 짙게 깔려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형적으로 보면 재산공개처리가 형평을 잃었다는 일각의 여론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당내 문제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외생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경기침체,금융실명제 실시의 충격파,이를 불안스레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일반국민들의 막연한 불안심리 등이 반발과 불만의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황명수 사무총장 등 민주계 실세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납득하지도 수용하지도 않는 자세이다. 『30년 적폐를 그대로 놔두고 개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30여년을 향유하고 겨우 6개월을 참지 못하고 있다』 민주계의 한마디 한마디는 민정계의 시각과는 기본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내연하고 있는 이질과 분열의 요소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개혁추진의 명분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감안하면 집단적인 항명이나 그 이상의 사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온실」속에 안주해온 세력들이 권력에 맞서 「들판」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의 응집력이 이완되는 현 시점에서 구 여권 세력을 안고 나가는 「포용의 정치」와 이들을 무시해가며 개혁의 강도를 높이는 「배제의 정치」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시점이 갈수록 다가오고 있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